“벙어리장갑 아닌 ‘손모아장갑’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8일 03시 00분


조준호 엔젤스헤이븐 상임이사, 장애인 비하 표현 개선 캠페인

 “겨울이면 청각장애 아동들이 학교에서 놀림을 받는 일이 많아진다고 해요. 벙어리장갑을 끼고 온 아이들이 장갑을 보이며 장애 아동들에게 ‘너 벙어리지?’ 하며 놀린다는 거죠.”

 겨울이면 흔히 끼는 벙어리장갑. 이 이름을 ‘손모아장갑’으로 바꿔 부르자는 캠페인을 전개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아동 양육기관 엔젤스헤이븐이다. 7일 이 단체의 조준호 상임이사(49·사진)를 만났다.

 청각장애인을 가리키는 단어 ‘벙어리’는 ‘벙어리장갑’ ‘꿀 먹은 벙어리’ 등 일상용어 속에 녹아 있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장애인 비하 표현 중 하나로 꼽힌다.

 조 이사는 “단어나 속담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벙어리에 비하의 의미가 없었다”며 “비장애인들이 점점 비하의 표현으로 사용하면서 그런 의미를 갖게 됐고, 장애인들도 피하는 단어가 됐다”고 설명했다.

 캠페인이 시작된 건 2013년이다. 처음에는 북한에서 사용하는 통장갑, 엄지손가락만 보인다는 뜻에서 엄지장갑 등 다양한 후보가 있었다. 그중 온라인 투표에서 손모아장갑이 50%가 넘는 지지를 받아 새 명칭으로 정해졌다. 최근 엔젤스헤이븐이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실제 상품의 이름을 바꾸는 일이다. “캠페인의 최종 목표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벙어리장갑 대신 손모아장갑이라는 단어를 등재하는 겁니다. 그러려면 최대한 많은 사람이 사용해야 하는데, 상품명 자체를 바꾼다면 좀 더 빨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 이사는 “10월 영원아웃도어와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본격적으로 명칭 변경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선 영원아웃도어가 전개하는 ‘노스페이스’에서 손모아장갑이라는 이름으로 신제품을 내놨다.

 11월에는 한국섬유연합회, 한국패션협회, 한국의류산업협회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내년부터 이들 단체의 회원사 및 관계기관에 명칭 변경을 요청하는 등 품목 이름을 바꾸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벙어리장갑#손모아장갑#장애인 비하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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