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올리려 10년간 ‘80조 원’ 예산 쏟아부었지만 성과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8일 22시 44분


'80조 원'.

정부가 지난 10년간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쏟아부은 예산이다. 정부는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06~2010년)을 시작으로 5년마다 계획을 내놓았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에게 예상되는 자녀 수)은 2006년 1.12명에서 지난해 1.24명으로 소폭 올랐다. 반면 출생아 수는 2006년 44만8153명에서 지난해 43만8420명으로 감소했다. 가임 여성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가임 여성 수가 더욱 줄어 출생아 수를 끌어올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데 있다. 올해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가 올 초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을 시행한 지 8개월 만에 난임 시술 지원을 강화하는 긴급 보완책을 내놓은 것도 이런 위기의식을 느낀 탓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저출산·고령화 위기는 20~30년 전부터 예정됐던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1961년부터 1996년까지 출산을 억제하는 인구정책을 펼쳤다. 이에 1987년 출산율은 저출산 국가 수준(1.7명)이 됐음에도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로 대표되는 인구제한 정책이 1996년까지 지속됐다.

이후 10년 뒤인 2006년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저출산 대책이 쏟아졌다. 복지부조차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미래에 대한 한국인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출산율이 떨어지는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 전환이 부족했다"고 평했다.

이처럼 저출산 위기가 30년 전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은 곧 수십조 원을 저출산 정책에 투입해도 효과를 보는 데는 최소 20~30년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재 역시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대증요법에 그치고 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저출산의 근본 원인을 짚기보다는 보육과 양육 인프라 확대와 비용 지원 등 단기적인 처방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정부 내 인구 정책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부재도 문제다. 정부는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인 만혼을 해결하기 위해 신혼부부용 주택 지원을 강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집값이 크게 올라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졌다.

따라서 이제는 난임수술비, 보육비 지원 등 비용 위주의 단기처방보다 일-가정 양립 등 '아이를 키우기 쉬운'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더욱 중점을 두는 정책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 단장은 "인구 감소는 헬조선 등 한국 사회 구조 문제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정책 몇 개로는 해결을 못 한다"며 "취업 확대 등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중장기적 정책과 육아 지원 등 단기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욱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일-가정 양립 문화를 만드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부처별로 나눠져 있는 저출산 정책을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가 저출산을 어느 정도 극복해도 출산율이 크게 오르지 않는 '고령사회' 구조가 유지될 확률이 높은 만큼 시스템을 저출산·고령사회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구수 5000만 명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그 시대에 맞는 인구, 노동, 복지 정책을 다시 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호경기자 kimhk@donga.com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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