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강정훈]경남지역 정관계의 ‘거친 말’ 후유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2일 03시 00분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늘 말과 말씀이 문제다. 국회 청문회가 대표적이지만 지방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과한 표현이 자주 싸움으로 번진다. 최근 경남도청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서는 경남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말다툼을 벌였다가 곧바로 대기발령이 난 도청 간부를 둘러싸고 논쟁이 한창이다.

 회의 중 위원장으로부터 “답변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은 간부가 휴식시간에 이를 따지다 격한 표현이 오간 것이다. 홈페이지에는 도의원 갑질이라는 비난, 공무원이 심했다는 반박, 대기발령은 지나치다는 주장까지 어지럽다. 의회를 의식해 간부에게 과잉 조치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말’이 빚은 세밑의 우울한 풍경이다.

 진주에서도 ‘말(言) 전쟁’이 한창이다. 지난달 19일 촛불 집회에서 무소속 류재수 진주시의원은 ‘진주시 행정은 엉망. 시장 끌어내야’ 등의 발언을 했다. 이틀 뒤 열린 진주시의회 본회의에 앞서 이창희 시장은 이를 되갚았다. 그는 류 의원에게 “××이 까불고 있어”라고 했다. 이에 항의하던 무소속 강민아 의원에게도 “너나 잘해”라고 비꼬았다. 쌓였던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이 시장의 ‘독특한 언사(言辭)’는 제법 알려진 사실이다. 이순(耳順)을 넘긴 경남도지사 지망생의 처신으로는 품위가 없어 보인다는 평가다. 진주시의회와 야권은 이 시장에게, 시청 공무원들은 류 의원에게 각각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사천시의회에서도 시장과 의원들의 말싸움이 잦았다. 시정 질문 과정에서 새누리당 윤형근 사천시의원이 무소속 송도근 사천시장에게 현안을 따지고 들면서 언쟁이 벌어졌다. 권민호 거제시장도 ‘과한 말씀’ 대열에 함께 섰다. 지난달 11일 거제시청 입구에서 공무원노조 행사를 홍보하던 배병철 노조지부장과 언쟁을 벌이다 “이 ××, 죽으려고…” 등의 폭언을 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권 시장도 도지사를 꿈꾼다면 폭을 좀 넓혀야 한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현안에 대한 언급은 대체로 수위가 높고 직설적이다. 여름엔 정의당 소속 여영국 경남도의원에게 ‘쓰레기’라는 표현을 해 소란이 일었다. 이번엔 ‘페이스북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두둔했다’며 야권과 누리꾼의 공격이 심하다. 이들은 전후 맥락보다는 홍 지사가 ‘…(박 대통령이) 죽을죄를 지은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한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넓은 바다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꽁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꽁치는 주둥이로 망한다’고 했다. 주둥이가 길어 그물에 잘 걸리는 꽁치의 특성을 빗댄 것이다. 말을 참지 못하고 경망하게 즐기다 낭패 보는 상황을 경계한 말이다. 국가적으로 유례없는 어려운 상황에서 너나 할 것 없이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을 할수록 거칠어진다’는 속담을 깊이 새기면 좋겠다.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man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