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노르웨이 정부청사에서 만난 톰 카를손 교통통신부 장관(사진)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사망자와 중상자를 포함한 교통사고 사상자는 총 785명. 최근 5년 동안 사망자를 절반 가까이 줄인 노르웨이라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닌 듯했다. 노르웨이는 지난해에만 사망자를 20%(30명) 줄여 2016 유럽교통위원회 도로안전지수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노르웨이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교통 환경을 갖추게 된 비결을 물었다. 카를손 장관은 “사고 위험이 높은 운전자가 도로 위에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것이 강력한 음주운전 단속과 처벌이다. 상당수 유럽 국가들의 음주운전 단속 기준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수준이다. 반면 노르웨이는 0.02%만 돼도 적발한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이상이면 구속이 원칙이다. 카를손 장관은 한국의 음주단속 기준 강화 방침을 듣자 “노르웨이도 단속 기준을 높임으로써 ‘단 한 잔을 마셔도 절대로 운전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심는 데 성공했다”며 “단속 강화는 음주운전 사고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력한 처벌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노르웨이의 범칙금 수준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음주운전은 연소득의 10%, 과속은 최대 125만 원,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자는 약 21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과속의 경우 60km 제한속도인 도로에서 86km 이상으로 달리면 아예 운전면허증을 뺏는다. 이후 6개월간 운전을 할 수 없다. 노르웨이는 내년 1월부터 교통 범칙금을 약 10% 인상하기로 했다.
노르웨이는 사망자 감소를 위한 획기적인 정책을 검토 중이다. 모든 교통사고 사망자를 부검하는 것이다. 카를손 장관은 “사고 충격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차량 안전장치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연구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카를손 장관은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다.
노르웨이는 2013년 사망자가 전년 대비 42명이나 급증했다. 고령운전자(16명)와 20대 초반(21∼24세) 운전자(9명)의 사망이 증가한 탓이었다. 카를손 장관은 “교통 당국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방심하는 순간 사망자는 급격히 늘어난다”며 “한국도 고위험군 관리에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야 사망자를 계속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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