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 대계-신라 천년의 역사와 문화’ 편찬 발간식이 8일 경북 경주시 보문단지 화백컨벤션센터(하이코)에서 열렸다. 편찬 및 편집위원회 관계자들이 불국사 석가탑 모형을 배경으로 발간을 축하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요즘 학자들은 중국의 역사는 통달할 정도로 자세히 알면서도 우리나라 역사는 제대로 모르니 가슴 아픈 일이다.”
고려시대 김부식(1075∼1151)은 ‘삼국사기’를 편찬하면서 인종 임금의 말씀을 이렇게 밝혔다. 신라 고구려 백제 3국을 다룬 삼국사기에 이어 일연 스님(1206∼1289)의 ‘삼국유사’는 고대사의 쌍벽이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신라 중심의 역사서이지만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다루지는 못했다.
경북도와 경북문화재연구원이 5년에 걸쳐 편찬한 ‘신라사 대계(大系)-신라 천년의 역사와 문화’(사진)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넘어 신라 역사를 집대성했다. 경북도는 8일 신라의 고토(古土) 서라벌 경주에서 신라사 대계 발간식을 열었다.
신라사 대계는 2011년 ‘신라사, 어떻게 쓸 것인가’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고 편찬 대장정을 시작했다. 고대사 및 신라사를 연구하는 전문가 136명이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연구총서 22권과 자료집 8권, 요약집(4개 국어) 8권 등 38권으로 구성됐다. 1만2000여 쪽의 방대한 분량이다. 자료 사진 5400여 장을 담았다. 전국의 박물관과 대학 등 150개 기관과 개인 소장 자료도 활용했다. 이기동 편찬위원장(한국학중앙연구원장·동국대 사학과 명예교수)은 “삼국의 역사에서 신라의 비중이 가장 큰데도 지금에서야 신라사가 나온 것은 매우 늦었지만 신라를 체계적으로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획기적인 역사서”라고 평가했다.
신라사 대계는 고대사를 발전적으로 계승하려는 의식에서 출발했다. 김부식은 경북 경주, 일연 스님은 경북 경산에서 태어났다는 점도 신라사에 대한 책임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신라사는 지금까지 단편적인 연구 성과는 적지 않았지만 체계를 세워 전체적으로 다룬 연구물은 없었다. 기존 연구가 정치 분야를 중심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신라사 대계는 생활 문화 등 신라 1000년의 모든 분야를 망라했다. 주보돈 편찬 및 편집위원(경북대 사학과 교수)은 “빠진 부분 없이 가장 폭넓게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다뤄 신라사 연구의 새로운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라사 대계를 맞는 반가움과 기대는 크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부산대 석좌교수)은 “이런 신라사는 격조 있고 수준 높아 반갑다”며 “우리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고 미래에 대응하는 역사의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삼국유사 및 삼국사기와 나란히 신라사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됐다”며 “신라 천년이 거대한 역사책에 담겨 나온 현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이문열 작가는 “오랫동안 신라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만 이런 책이 없어 아쉬웠다”며 “구상 중인 신라 관련 책을 집필하는 데 소중한 자료로 삼겠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신라사 대계 1000질을 전국의 도서관과 대학, 역사학회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서원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신라 문화를 소재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백제사와 공동 연구, 실크로드 국가들과 문화 교류를 하겠다”며 “누구나 편리하게 공유하도록 전자책으로도 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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