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늘어나는 ‘고속도로 구간단속’ 문제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5일 03시 00분


9일 오후 통영∼대전 고속도로 통영 방면 78km 지점에서 갓길로 달리는 트럭. 구간 단속 카메라가 나타나면 이렇게 차로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아 사고 위험이 높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9일 오후 통영∼대전 고속도로 통영 방면 78km 지점에서 갓길로 달리는 트럭. 구간 단속 카메라가 나타나면 이렇게 차로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아 사고 위험이 높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잘 뚫어놓은 길에서 제 속도를 내지 못하게 막을 이유가 없다.”

 “교통사고를 예방하려면 구간 단속 확대는 불가피하다.”

 경남 지역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에 ‘구간 단속’이 늘어나는 것을 반대하는 운전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해, 중부내륙, 통영∼대전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인 거가대교 등 5곳에 구간 단속 카메라를 운용 중인 상황에서 남해, 광주∼대구 고속도로에 구간 단속 장비를 추가하기 때문이다.

 9일 오후 통영∼대전 고속도로 통영 방면 78km 지점. 빠르게 달리던 대형트럭이 구간 단속 카메라가 나타나자 갑자기 2차로에서 갓길로 벗어났다. 카메라를 피하기 위해서이지만 위험해 보였다. 이 트럭은 잠시 후 2차로로 복귀해 속도를 늦추지 않고 진행했다. 구간 단속 카메라는 시점, 종점의 속도와 함께 구간을 달린 평균 속도까지 3가지 모두 단속 대상. 이처럼 카메라를 피하는 차량들이 많아 사고 위험도 높다.

 8일 오후 남해 고속도로 순천 방향 사천휴게소에서 만난 35년 경력의 관광버스 운전사 김권희 씨(59)는 “구간 단속이 늘어나고 있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리막길의 단속 카메라는 눈비가 내릴 때 급제동에 따른 미끄럼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남해 고속도로 순천 방향 군북나들목 부근 구간 단속 지역. 속도계를 시속 110km로 놓고 정속 주행을 하자 다른 차량들은 뒤로 처졌다. 대부분 시속 100km 안팎을 유지했다. 그러나 단속 구간이 끝나기 무섭게 차량들이 가속을 시작해 시속 120∼130km 이상으로 달렸다. 저속 운전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이 때문에 구간 단속 지역을 전후해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선버스와 트럭 등 시간을 맞춰야 하는 차량들은 더욱 그렇다는 지적이다.

 이곳에 카메라가 설치된 것은 2013년 12월 말. 경찰은 왕복 4차로를 8차로로 확장한 이후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구간 단속을 시작했다. 2014년 이 구간에서 4만6481대가 속도위반으로 적발됐다. 하루 평균 127대. 창원에서 하동을 자주 오가는 강원혁 씨(55)는 “위험 요소가 없는 도로에서 굳이 구간 단속을 해 세외 수입을 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곳은 왼쪽으로 약간 굽었고 지반 침하 구간이 있으나 사고 위험은 낮다는 지적이다.

 최근 함안군 칠원면 무기리 남해 고속도로 순천 방향 창원1터널 진입 직전에 구간 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이후 차량 정체가 생기고 있다. 경찰은 “5월 터널에서 9중 추돌 사고로 4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친 이후 한국도로공사가 서둘러 구간 단속 장비를 설치했다”며 “계도 기간을 거쳐 단속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광주∼대구 고속도로 대구 방향 135km 지점에도 구간 단속 장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진주에서 창원으로 출퇴근하는 이모 씨(55)는 “도로 구조에 문제가 있으면 개선을 하고 특별히 위험한 곳은 ‘지점 단속’을 하더라도 구간 단속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경남 지역에는 구간 단속을 포함해 547대의 고정식 단속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의 안전 운행과 사고 예방을 위해 구간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기존 시설물을 철거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고속도로 구간단속#교통사고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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