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맞불, 밤엔 촛불… 헌법재판소는 괴로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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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집회, 헌재앞 탄핵 찬반 대결

헌재 압박 두 집회… “탄핵 촉구” 촛불 vs 탄핵 반대” 맞불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에서 열린 제8차 촛불집회에 65만 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6만 명)의 시민이 참여해 ‘탄핵 인용’을 촉구하며 
행진했다(위쪽 사진). 이날 오전에는 친박 단체를 중심으로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집회가 열렸다. 친박 단체는 100만 명이 
모였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3만 명으로 추산했다. 장승윤 tomato99@donga.com·홍진환 기자
헌재 압박 두 집회… “탄핵 촉구” 촛불 vs 탄핵 반대” 맞불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에서 열린 제8차 촛불집회에 65만 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6만 명)의 시민이 참여해 ‘탄핵 인용’을 촉구하며 행진했다(위쪽 사진). 이날 오전에는 친박 단체를 중심으로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집회가 열렸다. 친박 단체는 100만 명이 모였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3만 명으로 추산했다. 장승윤 tomato99@donga.com·홍진환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두고 국민들이 ‘반박(반박근혜)’과 ‘친박(친박근혜)’으로 나뉘어 헌법재판소를 본격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두 번째 주말을 맞은 17일 반박은 “탄핵 인용”, 친박은 “탄핵 기각”을 외치며 서울 도심을 누볐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청와대와 총리공관, 헌재 방향 등 4개 경로로 행진했다. 8차까지 이어진 집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집회 참가 인원은 주최 측 추산 65만여 명(경찰 추산 6만여 명), 전국적으로는 77만 명(경찰 추산 7만7000명)에 달했다.

 법원이 앞서 헌재 앞 100m까지 행진을 허용한 가운데 이날 안국역 4번 출구 부근은 오전부터 시위대로 북적였다. 오후 7시경엔 헌재 방향 차도까지 시위대로 가득 차 이를 막아서려던 의경과 집회 참가자들 간에 마찰이 일기도 했다. 시위대는 특히 전날 박 대통령 측이 헌재에 ‘탄핵 이유가 없다’는 답변서를 제출한 것을 규탄하며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1차 때부터 시위에 참가했다는 공인중개사 신동협 씨(50)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재판하면 재판부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시민들이 나서서 그들이 똑바로 판결할 수 있도록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원 이모 씨(47)도 “헌재의 결정이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에 촛불은 계속 켜져야 한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대통령 즉각 퇴진’과 함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사퇴’도 촉구했다. 황 권한대행을 반대하는 세월호 유족과 관계자들은 이날 세월호 희생자를 상징하는 구명조끼 304벌을 입고 총리 공관 방향으로 행진했다. 퇴진행동 측은 집회 제한시간인 오후 10시 반보다 2시간가량 이른 오후 8시 반경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와 정리 집회를 열고 해산했다. 퇴진행동은 24일과 31일에도 9, 10차 촛불집회를 계속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친박 단체의 맞불 집회도 상당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친박 성향 단체 50여 개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회원들도 총출동했다. 탄기국은 이날 오전부터 자체 추산 100만 명(경찰 추산 3만 명)이 모여 안국역 일대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후 태극기와 장미꽃을 들고 ‘탄핵 기각’ ‘대통령을 지키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했다. 이날 친박 단체들은 퇴진행동 측과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탄핵 심리가 본격화되자 특정 의원을 지칭해 “죽이자”고 하거나 ‘종북 세력’ ‘빨갱이’ 등 이념 갈등을 부추기는 구호를 사용하며 집회 수위를 높여 나갔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도 이날 친박 집회에 참석해 “아무리 부인해도 문제는 이념”이라며 “(종북) 좌파들이 벼르고 별러서 이 사건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종북 타령 그만하라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는 “반국가 세력이 나라를 뒤집으려 하고 있다. 가만있어서야 되겠느냐”며 “태극기의 바람이 태풍이 돼 저 촛불을 꺼 버리고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서울 외에도 부산과 광주, 대전,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박 대통령 즉각 퇴진과 황 권한대행 사퇴를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이어졌다. 광주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천정배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대선 후보군이 대거 참석했다. 집회에 앞서 금남로 일대에선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연하장 보내기 행사가 진행됐다. 헌법재판관 9명의 대형 사진 앞에 줄을 선 시민들은 ‘국민만 바라보고, 빠르게 올바른 결정을 내려달라’ ‘탄핵 심리를 정의롭게 결정해 달라’라고 적은 연하장을 노란 우체통에 넣었다. 주최 측은 연하장을 모아 헌법재판소로 보낼 예정이다.

최지연 lima@donga.com·김단비·정승호 기자
#헌법재판소#촛불집회#맞불집회#박근혜#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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