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건물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친환경 발전설비를 갖춘 충북보건과학대. 이 학교는 친환경 발전설비를 통해 온실가스 줄이기에 성공했고, 재학생들의 실습 및 환경교육 현장으로 해당 설비를 활용해 교육효과까지 높였다. 한국환경공단 제공
온실가스 감축에는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흔히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굴뚝산업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람과 큰 건물이 몰린 대학도 에너지 소비가 상당하다. 2014년 기준으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곳(에너지 다소비 사업장)으로 꼽힌 1044개 사업장 중 119곳이 대학이다.
또 지난해 건물 부문의 연료·전력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따졌더니, 전체 1068만8000tCO2(이산화탄소톤) 중 140만1000tCO2(13.1%)는 학교 건물에서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용 건물(17.3%)과 아파트(16.0%)에 이어 3번째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건물이라는 뜻이다.
○ ‘녹색지킴이’ 착한 대학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절약 추세에 대학들도 동참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찌감치 친환경의 길을 걸어온 대학들은 좋은 선례가 되고 있다. 이른바 ‘그린캠퍼스’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2011년부터 온실가스를 줄이고 친환경 문화를 확산하는 대학을 매년 공모를 통해 그린캠퍼스로 선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40개 대학이 선정됐다. 그린캠퍼스는 온실가스 감축에 선도적으로 나설 뿐 아니라, 재학생과 지역사회에 친환경의 의미를 전파하는 지역 거점의 의미도 크다.
경기 의정부시의 신한대가 대표적이다.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설비부터 바꾸기 시작했지만 차츰 대학과 지역의 문화까지 바꾸고 있다. 신한대는 2014년 그린캠퍼스로 선정되면서 각 건물의 전력소비량을 한눈에 모니터링하는 ‘건물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건물을 상시 확인하고 관리한다. 화장실 양변기와 샤워기, 세면기에 절수기를 설치하고 건물별로 지열 설비를 갖춰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내 대학으로는 드물게 올 5월 한국표준협회에서 ISO14001 환경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했다.
대학이 온실가스 감축을 주요 화두로 내걸면서 교내에도 친환경 마인드가 확산됐다. 이에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고 온실가스 감축 캠페인을 벌이는 환경 동아리 ‘그린폴리스’의 활동도 탄력을 받았다. 이 동아리에서 3년째 활동 중인 최민지 씨(22·육아교육과 3학년)는 수시로 교내에서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질 것을 알리는 캠페인을 수시로 벌인다.
최 씨는 교내에서 학생들에게 친환경 생활을 소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 씨는 “동아리방을 방문하는 학우들에게 이면지 노트 등을 선물로 주면서 효과적인 자원 재활용 방법을 알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의 충북보건과학대는 학교 건물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태양광발전소를 구축했다. 태양광발전소는 대학 내 건물 옥상 3곳과 주차장 2곳에 설치했다. 발전 용량은 1.4MW(메가와트)에 달한다. 이는 가정용 주택 7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인천대 역시 친환경 캠퍼스를 만들기 위해 지열, 태양열, 태양광 설치를 통한 그린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대학이다. 대학 내 조명 시설을 점차 LED로 교체하고 옥상 텃밭 및 정원 조성 등을 시행하면서 녹지화에도 관심을 기울이면서 그린캠퍼스로 선정됐다.
한국환경공단 지자체온실가스팀 김형석 팀장은 “그린캠퍼스 사업을 통해 친환경 설비와 프로그램을 갖춘 대학들이 새롭게 그린캠퍼스로 진입하는 대학들에 노하우를 전파하는 ‘멘토 대학’ 역할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해외서는 이미 정착한 ‘친환경 캠퍼스’
이미 세계의 주요 대학은 친환경 설비와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캠퍼스에 에너지 절약 시스템을 구축하고 친환경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대학의 질을 높이는 방안이라는 점을 일찌감치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학의 환경성을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는 영국의 사례나, 기후변화위원회를 통해 대학의 배출가스를 점검하는 미국의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하버드대나 옥스퍼드대 등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전담 기구를 설치한 사례도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린캠퍼스가 국내서도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대학 경영진뿐만 아니라 교직원과 학생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늘어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한국환경공단 전병성 이사장▼
한국환경공단 전병성 이사장(사진)은 “그린캠퍼스 사업을 통해 대학생들이 기후변화를 인식하는 점이 큰 소득”이라며 환경 교육의 의미를 강조했다.
전 이사장은 21일 그린캠퍼스 사업을 소개하면서, 그린캠퍼스 사업이 친환경 설비를 갖추고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배출가스 수치를 줄이는 것 이상으로 교육적으로 더 큰 파급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 이사장은 “대학에 친환경 에너지 설비가 들어서면서 기후변화를 내 삶의 문제로 인식하는 대학생도 늘어나고 있다”라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사회적 실천도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갖춘 대학에서 자발적인 그린캠퍼스 실천 프로그램이 갖춰지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전 이사장은 “그린캠퍼스 사업은 지역사회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시민 참여 활동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지속 가능한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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