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동아일보/홍경석]농가 울리는 AI 뒷북대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3일 03시 00분


 계란을 사려고 동네 마트에 갔다. 하지만 예상대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동이 나서 단 한 판조차 살 수 없었다. 21일자 A14면 ‘대형마트에 ‘30개짜리 계란 한판’ 자취 감춰’에 나온 대로 계란 품귀 현상이었다. 전국의 학교 급식에도 막대한 차질을 야기하기에 이르렀다.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처럼 AI 사태를 맞은 일본은 이에 대한 대응이 그야말로 전광석화와도 같았다. 발생건수 6건에 도살처분도 고작 102만 마리에 그친 것은 AI에 대한 일본 정부의 신속한 대처와 철저한 방역의 결과다.

 반면 우리 정부는 AI 발생 후 만 이틀이 지나서야 정부 차원의 대책회의가 열렸다. 가금류 관련 차량과 인력에 대한 일시 이동중지 명령은 사흘 뒤, 위기 경보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한 건 일주일이나 지나서였다. 또한 최고 등급인 심각 단계까지는 한 달이나 지났으니 너무 늦었다. 이러한 초동대응의 실패와 늑장 대처는 방역 골든타임을 놓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AI 계란 파동으로 지금까지 도살처분된 닭과 오리 등은 무려 2000만 마리가 넘는다. 가금류의 처분 외에도 사육 농가들이 “이러려고 닭(오리) 키웠나” 하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나 민간이 매뉴얼에 따라 철저하게 대응해야 했지만 적당주의가 여전했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홍경석 ‘오늘의 한국’ 취재본부장·대전 서구
#계란#조류인플루엔자#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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