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병 가혹행위로 후임병 자살 사건, 가해자에게 ‘벌금 300만원’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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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2월 25일 14시 23분


가혹행위 가해자 벌금 300만원

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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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의 한 전방부대에서 후임병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대학생이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 대학생을 포함해 선임병 4명으로부터 가혹 행위를 당하던 후임병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천지법 형사2단독 김현덕 판사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A 씨(22)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강원도 철원의 한 전방부대에 근무할 당시인 지난해 9월 말 GP(최전방 소초) 세면장 앞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후임병인 B 일병을 2차례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B 일병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인 올해 2월 7일 새벽 초소에서 근무하던 중 총기로 자신의 턱에 총탄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군에 입대해 소속 부대에 배치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때 폭력을 행사했다”며 “피해자는 선임병들의 계속된 폭행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자살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의 유족들이 강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지만 초범이고 피고인의 폭행이 피해자의 사망에 미친 영향이 직접적이고 유일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 씨는 같은 달 경계 근무가 미숙하다며 초소에서 총기로 B 일병을 구타한 혐의도 받았으나, 재판부는 검사와 변호인 측의 동의를 얻어 해당 폭행 혐의 건을 군사법원으로 이송했다.

인천지법 관계자는 “A 씨가 전역하면서 군사법원에 있던 폭행 및 초병폭행 사건이 모두 인천지법으로 이송됐다”며 “재판부가 초병폭행 사건은 군사법원에서 판단하는 게 옳다고 보고 두 사건을 분리해 폭행 사건만 선고했다”고 말했다.

군 형법에 따르면 초병폭행죄를 저지르면 기소 당시 군인 신분이든 전역했든 신분과 관계없이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갖는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B 일병의 자살과 관련해 A 씨 등 당시 선임병 4명의 가혹 행위가 있었다며 처벌을 촉구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지난해 9월 선임병 A 씨가 근무가 미숙하다며 개머리판으로 B 일병을 때리는 등 사건이 있었다”며 “부GP장인 C 중사가 폐쇄회로(CC)TV로 이 모습을 봤지만 가해자에게 내려진 처분은 GP 철수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넉 달 뒤인 올해 1월부터 B 일병은 한 달 가까이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한 것은 물론, 선임들이 떠넘긴 근무를 서느라 영하 10도의 혹한 속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외 나머지 가해 선임병 3명은 올해 6월 모 군단 군사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임 소장은 “젊고 전과가 없는 데다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문을 작성했다는 게 양형 이유였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B 일병 생전의 SNS나 일기, 친구 증언 등을 바탕으로 ‘심리부검’을 진행한 결과 정서적으로 안정된 가족 안에서 성장해 교우관계 등에 문제가 없었고 정신질환을 겪은 적도 없었다며, 선임들의 가혹행위가 자살의 동기가 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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