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행위 후임병 자살’ 가해자에 벌금 300만원…피해자 생전 “전쟁터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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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2월 25일 16시 29분


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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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의 한 전방부대에서 후임병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대학생이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가운데, 지난달 군인권센터가 주장한 ‘6사단 GP(초소) 구타 가혹행위 사망사건’ 전말이 주목받았다.

군인권센터는 11월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초 강원도 철원의 최전방 부대에서 선임들로부터 가혹 행위를 당해 사병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A 일병은 근무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B 씨(22·전역)에게 개머리판으로 구타를 당하는 등 폭행을 당했다. 당시 부GP장인 C 중사가 폐쇄회로(CC)TV로 폭행 장면을 목격했지만 가해자에게 내려진 처분은 GP 철수 뿐이었다고.

그로부터 약 4개월 뒤인 올해 1월부터 A 일병은 또 다른 선임병들로부터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 A 일병은 선임들이 떠넘긴 근무를 서느라 영하 10도의 혹한 속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했다고 센터는 주장했다.

결국 A 일병은 2월7일 오전 4시께 초소에서 근무하던 중 총기로 자신의 턱에 총탄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 일병은 숨지기 전 함께 근무하던 후임병에게 “북한을 감시하면 뭐하냐. 전쟁터는 여기 있는데”라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B 병장을 제외한 가해 선임병 3명은 올해 6월 모 군단 군사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선임병들의 지속적인 가혹행위로 박 일병이 자살했는데도 가해자들은 젊고 전과가 없는데다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문을 작성했다는 이유로 집유를 선고받았다”면서 “판결문에도 가혹 행위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적혀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센터는 A 일병 생전의 SNS나 일기, 친구 증언 등을 바탕으로 ‘심리부검’을 진행한 결과 정서적으로 안정된 가족 안에서 성장해 교우관계 등에 문제가 없었고 정신질환을 겪은 적도 없었다며, 선임들의 가혹행위가 자살의 동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관할 법원은 마땅히 가해자 전원에게 실형을 선고해 법의 준엄한 심판을 보여줘야 한다”며 “특히 군사법원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A 일병에게 처음으로 폭행을 자행한 B 씨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2단독 김현덕 판사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B 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B 씨는 강원도 철원의 한 전방부대에 근무할 당시인 지난해 9월 말 GP(최전방 소초) 세면장 앞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A 일병을 2차례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군에 입대해 소속 부대에 배치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때 폭력을 행사했다”며 “피해자는 선임병들의 계속된 폭행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자살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의 유족들이 강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지만 초범이고 피고인의 폭행이 피해자의 사망에 미친 영향이 직접적이고 유일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 씨는 같은 달 경계 근무가 미숙하다며 초소에서 총기로 B 일병을 구타한 혐의도 받았으나, 재판부는 검사와 변호인 측의 동의를 얻어 해당 폭행 혐의 건을 군사법원으로 이송했다.

인천지법 측은 “A 씨가 전역하면서 군사법원에 있던 폭행 및 초병폭행 사건이 모두 인천지법으로 이송됐다”며 “재판부가 초병폭행 사건은 군사법원에서 판단하는 게 옳다고 보고 두 사건을 분리해 폭행 사건만 선고했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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