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특성화고 실습생에 ‘열정페이’ 대거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6일 22시 27분


서울 관악구의 한 도시가스 관리 대행업체는 A특성화고와 산학실습협약을 체결하고 현장실습생을 추천받아 교육해 왔다. 현장 실습시간은 하루 최대 7시간(주당 35시간)으로 정해져 있고, 당사자 합의에 따라 하루 1시간(주당 5시간)까지만 연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회사의 실습생은 하루 9시간 이상 일하며 사실상 근로자처럼 일해야 했다. 실습 3개월 동안의 연장 근로수당 89만7120원 역시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올해 여름방학에 한 국책연구기관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B 군 등 청년 9명은 연차 유급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퇴직했다. 인턴 역시 근무 기간에 따라 연차휴가가 부여되고, 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당연히 연차 미사용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고, 국책연구기관 역시 이들에게 연차수당(총 226만6000원)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2월 내놓은 '인턴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잘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한 '열정 페이'(열정을 빌미로 한 저임금 노동을 일컫는 신조어) 근로 감독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고용부가 인턴을 다수 고용한 사업장 345곳과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을 받고 있는 155곳 등 총 500곳을 조사했더니 인턴 고용 사업장 59곳(17.1%)은 인턴을 사실상 근로자처럼 쓰거나 연장 근로수당 등 1억6700만 원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실습 사업장 22곳(14.2%) 역시 77명의 임금 800만 원을 체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턴(실습생, 견습생 포함)을 고용할 때는 정부가 2월 내놓은 '인턴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만약 인턴이나 실습생을 교육 훈련 목적이 아닌 노동력 활용을 목적으로 사용할 때는 사실상 근로자로 인정하고 대우해야 한다. 주 40시간 근무 등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올해 시급 6030원) 등의 노동법을 엄격히 준수하라는 뜻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대학생인 산학실습생에게 단순 업무만 시킨 사례도 적발됐다. 서울 강남구에서 전시 기획을 하는 C 사는 한 대학과 협약을 맺고 성수기인 매년 2월과 8월 산학실습생을 받아 왔다. 그러나 고용부 조사 결과 교육 훈련 프로그램은 전혀 없었고 실습 역시 서류 분류, 전화 응대 등 직원 보조 업무가 대부분이었다. 또 약정 실습 기간(4주)보다 한 주 더 실습생을 고용하고, 휴일 근로까지 시키면서도 월급은 고작 교통비 명목으로 1인당 49만 원만 줬다. 고용부는 이 회사의 실습 과정이 교육 훈련 목적이 아니라 노동력 활용에 있다고 보고, 현장실습생을 근로자로 인정해 총 243만7440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고용부는 청년들의 '열정'을 이용한 기업들의 이런 '갑질'이 매년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보고 노동법을 상습적으로 위반하는 기업의 명단을 공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정지원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주요 프랜차이즈 회사의 직영점과 가맹점의 노동법 위반 감독 결과를 지표화해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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