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양식장 황백화에 어민들 시름 깊어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7일 03시 00분


고흥 등 전남 해상서 두달간 지속, 영양 결핍으로 해초류 성장못해
어민들 장기화 조짐에 발동동

 고흥 등 전남도내 4개 자치단체 해상에서 양식되는 일부 김이 영양 결핍 상태에 빠져 누런색으로 변하는 황백화 현상이 장기화돼 어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고흥처럼 황백화 현상이 2개월 동안 지속된 것은 국내 첫 사례다.

 전남도는 10월 말부터 고흥 장흥 해남 완도 지역 일부 김 양식장에서 황백화 현상이 발생했다고 26일 밝혔다. 고흥은 215어가의 김 양식장 6700ha에서 황백화 현상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황백화 현상은 육지에서 유입되는 강물의 질소 등 영양염류가 부족해 김, 미역, 다시마 등 해초류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황백화 현상이 발생한 김은 기아 상태에 빠져 검은색이 아닌 누런색으로 자라나고 푸석푸석해 상품성이 없다. 그동안 발생했던 김 황백화 현상이 평균 2, 3주일 유지된 것을 감안하면 고흥의 피해 기간은 이례적이다.

 고흥 지역 어민들은 평소 10월 말부터 물김 채취를 시작해 1, 2개월 동안 100억여 원어치의 물김을 생산했다. 하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동안 물김을 1억 원어치도 생산하지 못했다.

 고운천 고흥김생산어민연합회장(51)은 도암면 해상에서 김 30ha를 양식하고 있다. 그는 황백화 피해에 양식장 근로자 2명의 인건비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힘든 처지다. 고 회장은 “김 양식을 18년 동안 했는데 황백화 현상이 이렇게 장기화된 것은 처음”이라며 “어민들은 자연재해에 망연자실하며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흥 양식장 김은 최근 누런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하고 있다. 어민들은 황백화 현상이 약화돼 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어민들은 영양염류 부족 현상이 해소돼 양식장 김이 성장발육 부진 상태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 양식을 재개하더라도 영양염류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상품성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정완 고흥군 어업생산담당은 “조만간 물김 수확을 해봐야 상품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 해 700억 원어치의 물김을 생산하던 어민들의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라고 했다. 또 “김 양식시설 철거비용 지원 등이 현실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흥과 해남, 완도 지역 일부 김 양식 어가들도 황백화 피해를 입었지만 이달 중순부터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장흥군 관계자는 “황백화로 김 생산이 평년보다 50일 정도 늦었지만 다음 달에는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것 같다”고 했다.

 해남은 전체 김 양식장 9300ha 가운데 1000ha 정도에서 황백화 현상이 나타났다가 이달 들어 회복되고 있다. 해남군은 올해 물김 전체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7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완도는 전체 김 양식장 9700ha 가운데 고금도 지역 550ha에서 황백화가 일어났다가 회복 단계에 접어들었다.

 해양수산부는 28일 고흥군 등 피해 지역 공무원을 대상으로 영양염류 등 모니터링 체계 구축과 황백화 피해 저감 연구 등을 위한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은정 국립수산과학원 해조류연구센터 연구사(42)는 “김 황백화 현상이 일어난 것은 바다 먹이사슬이 건강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한다”며 “황백화의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김 채묘 시기 바닷물을 채취해 냉동실에 보관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해양 전문가들은 강에서 유입되는 무기물질 감소에 의한 황백화 현상은 댐, 간척지 등 해안 인공구조물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해양전문가는 “일본도 10년 전 황백화에 골머리를 앓았지만 강물 유입 확대 등으로 해결책을 찾았다”고 조언했다.

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양식 김#김 양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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