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생긴 ‘선거구 공백기’(올 1월 1일∼3월 2일)에 후보자가 돈을 뿌렸어도 처벌할 근거가 없어 무죄라는 법원 판결이 잇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의 방관으로 생긴 ‘무법 기간’에 국회의원 스스로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도 처벌을 받지 않는 특혜를 주는 것은 정의에 반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7일 법원 등에 따르면 대구고법은 1일 “기존 선거구가 효력을 잃은 62일 동안 기부행위의 전제가 되는 선거구가 없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무죄”라는 항소심 첫 판결을 냈다. 15일 현역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원지법 1심에서 기부행위 무죄 판결을 받았다. 22일엔 국민의당 후보였던 이한수 전 익산시장이 광주고법에서 이 부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공직선거법이 금지하고 있는 기부행위의 상대방은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로 명시돼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0월 “인구 편차가 3 대 1에 달하는 선거구구역표를 2 대 1 수준으로 떨어뜨리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이듬해 12월 31일까지 개정 시한을 줬지만 국회는 늑장을 피우다 올 3월 3일에야 새 선거구구역표를 확정했다.
검찰은 입법 공백으로 ‘선거구’가 없었다는 이유로 선거법 위반을 처벌하지 못한다는 법원 해석에 반발한다. 그동안 기부행위 처벌은 금권선거 우려로 선거범죄 중에서도 죄질이 안 좋아 인정되기만 하면 대부분 당선무효형이 선고돼 왔다. 법원 역시 이달 대구고법 등에서 전향적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는 “종전에 금지되던 기부행위가 일시적인 선거구 공백 기간이라고 해서 갑자기 허용된다는 결과는 수긍하기 어렵다”며 이번 20대 총선에서만 24명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대구고법 등의 논리에 따르면 후보자가 지난해 12월, 올 2월, 4월 표밭 관리를 위한 돈을 뿌렸더라도 지난해 12월과 올 4월만 처벌되고 올 2월은 처벌되지 않는 모순된 결론에 이른다. 이미 유죄가 확정된 24명도 ‘억울한 범죄자’가 된다. 현행법상 판례 변경만으로는 재심 청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거구 공백 사태는 선거구 간 편차를 4 대 1에서 3 대 1로 줄인 2004년 17대 총선 때도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기부행위로 구속된 사범만 100여 명, 유죄가 확정된 사람은 500명이 넘었지만 법원이 입법 공백을 문제 삼아 무죄 판결을 내린 적은 한 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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