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깔아 주기… 낙하산… 경남도 간부 파격인사 뒷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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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부시장,두번째 부임 ‘시장 노려’
창녕 부군수는 1년 사이 2명 교체
산하기관엔 퇴직공무원 줄줄이 거론
선거 분위기 과열-공정성 시비 우려

 ‘판 깔아 주기 인사’ ‘전세 낸 부시장’….

 경남도가 최근 단행한 고위 공무원 인사와 산하 기관 간부 교체를 둘러싸고 비판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출마를 준비 중인 사람을 해당 지자체에 두 차례 부시장으로 보내는가 하면 1년 만에 부군수가 두 번 바뀐 곳도 있다. 산하 기관엔 공무원들이 대거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서일준 문화관광체육국장(51·3급)의 거제부시장 발령에 잡음이 많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3년 2월 청와대 총무기획관실 인사팀장으로 근무하던 그가 거제부시장으로 올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다. 그해 말 거제를 떠났던 서 부시장은 3년 만에 다시 거제부시장으로 부임했다. 극히 이례적인 인사다. 부단체장 인사는 경남도가 해당 기초단체장과 협의를 거쳐 진행한다. 따라서 서 부시장의 1, 2차 발령은 권민호 거제시장(60)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

 문제는 서 부시장이 2018년 거제시장 출마를 준비 중이라는 점이다. 권 시장은 3선 도전을 포기하고 경남도지사 선거에 나서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다. 이 때문에 조선(造船)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거제의 선거 분위기가 빠르게 과열될 가능성도 있다. 공정성 시비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물론이고 지방의원, 시민단체들의 시선 역시 싸늘하다. 이런 점을 우려해서인지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처음엔 서 부시장의 거제 전보를 탐탁지 않게 여긴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민주당 거제시당은 28일 ‘서일준 거제부시장, 선거용 인사인가’라는 논평을 내고 “서 부시장은 주말마다 거제시민들을 만나 출마 준비를 해왔다”며 “앞으로 선거운동, 정치적 언행을 일절 하지 않겠다는 공개 약속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제 출신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은 “서 부시장이 지역을 잘 아는 만큼 더 많은 봉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정치적 오해를 사지 않도록 처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남도 인사부서에서는 “과거 김해시에도 두 차례 부임한 부단체장이 있었다”고 밝혔다.

 거제시와 달리 홍 지사의 고향인 창녕군은 1년 사이 부군수가 두 번 교체됐다. 지난해 12월 부임했던 진익학 부군수는 올해 6월, 후임인 신종우 부군수는 이번에 경남도로 전보됐다. 부단체장 전보 주기는 통상 1년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미래산업본부장 적임자를 찾다 보니 신 부군수가 조기 발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1월 27일 임기가 끝나는 엄창현 경남도립남해대 총장 후임에는 명예퇴직한 경남도 간부 H 씨(58)의 특별 채용설이 파다하다. 대학 총장으로는 이력과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경남도는 과거에도 정년을 조금 남겨두거나 퇴직한 공무원을 도립대 총장으로 보내 비판을 받았다.

 경남도체육회 사무처장 자리도 부단체장을 지내고 명퇴한 J 씨(58)가 거명된다. 체육계 안팎에서 전문성 시비가 일고 있다. 경남발전연구원 사무처장에는 도 간부를 지낸 L 씨(59)가 내정됐다. 지방대의 한 교수는 “산하 기관의 조직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은 어렵다”고 말했다.

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경남도 공무원 인사#낙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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