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결혼이 절세 수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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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 컬러 방송이 처음 시작된 해는 1975년이었다. 그해 말부터 1977년 초까지 한국방송공사(KBS)가 기구를 띄워 시험 송출을 했다고 한다. 본격적인 컬러 방송 개시 날짜는 1980년 12월 1일로 KBS 1TV가 첫 전파를 쐈다. 컬러 방송은 2년 뒤 출범한 프로야구 중계로 날개를 단다. 생생한 경기 현장을 안방에서도 천연색으로 볼 수 있게 돼 컬러TV는 전축을 밀어내고 금세 혼수품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컬러 방송이 시작된 1980년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는 10.6건으로 1970년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신군부의 정권 탈취로 정치·사회 상황은 암울했지만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선남선녀들의 웨딩마치는 어느 때보다 많이 울려 퍼졌다. 경제도 1980년 한 해 마이너스 성장한 것을 빼고는 ‘3저 호황’의 훈풍을 타고 1980년대 내내 성장률 두 자릿수를 오르내렸다. 이후 경제와 혼인건수가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는 비운의 공동운명체가 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2017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혼인세액 공제를 신설했다. 내년부터 연봉 7000만 원 이하 근로자가 결혼하면 세금을 최대 50만 원 깎아주는 것이다. 맞벌이 두 사람의 연봉이 합산 1억4000만 원인 신혼부부는 결혼 선물로 세금을 최대 100만 원 돌려받는다. 기재부 측은 거실용 TV 한 대 값을 정부가 대주는 셈이라고 생색을 냈다. 그 덕분에 결혼 건수가 늘고 TV를 보면서 2세 계획까지 세운다면 인구도 늘어날 것이므로 ‘1석 2조’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겠다.

 ▷2016년 병신(丙申)년을 마무리하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다사다난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삼포는 오포, 칠포, N포로 단념하는 가짓수가 늘어나기만 한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려면 불안하지 않은 사회, 노력하면 잘살 수 있는 한국을 만들어야 한다. 정유(丁酉)년 새해, 이런 사회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한마음으로 뛰자.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
#한국방송공사#kbs#컬러tv#결혼#혼인세액 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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