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강제철거 후 시민 반발에… 동구청장, 日 영사관 앞 설치 묵인
공공조형물 지정땐 지자체가 관리
최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 시민단체가 가져다 놓은 ‘평화의 소녀상’이 부산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소녀상 설치를 놓고 시민단체 회원과 공무원이 몸싸움까지 벌인 데 이어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등록해야 한다고 일부 시민단체는 주장하고 있다.
부산의 소녀상 건립 움직임은 ‘한일 정부 위안부 합의’가 이뤄진 2015년 12월 28일 이후 본격화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 70여 개와 대학생, 청소년 등은 ‘미래 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추진위는 이후 1년여 동안 소녀상 건립에 찬성하는 시민 8180명의 서명을 받았고 시민 성금으로 모은 8500만 원으로 소녀상을 제작했다.
하지만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세우는 것에 대해 관할인 동구는 도로교통법을 이유로 설치를 불허한다고 밝혔다. 동구는 일본영사관 인근 정발 장군 동상 부근에 소녀상을 세우면 협조할 수 있다고 했지만 추진위는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세워야 한다고 맞섰다. 당초 지난해 10월 예정됐던 소녀상 제막식은 미뤄졌다. 지난해 12월 일부 부산시의원의 중재로 추진위와 동구, 부산시가 소녀상 설치 문제를 놓고 협의를 벌였다. 하지만 동구 측이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가 예상되는 인도 앞에 트럭을 갖다 놓으면서 협의는 중단됐다.
결국 트럭이 치워진 뒤 추진위는 한일 위안부 합의 1주년인 지난해 12월 28일 기습적으로 무게 1.7t의 소녀상을 지게차에 실어 일본영사관 앞 인도에 내려놨다. 소녀상을 고정시키려 했지만 출동한 경찰이 막자, 추진위 관계자와 시민, 대학생 30여 명은 농성에 들어갔다. 동구 측은 공무원을 동원해 행정대집행에 나서 소녀상을 트럭에 싣고 갔다. 경찰은 소녀상 철거를 막던 시민단체 회원을 끌어냈고 이 중 13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했다. 이 일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동구 인터넷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항의 글을 올렸고, 구 업무도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할 지경에 처했다.
결국 박삼석 동구청장은 압수한 소녀상을 이틀 만에 추진위 측에 돌려주고 영사관 앞 설치를 사실상 묵인했다.
하지만 설치된 소녀상이 합법적인 것은 아니어서 추진위는 공공조형물 등록을 서두르고 있다. 소녀상 건립을 주도한 김미진 부산우리겨레하나 운영위원장은 3일 “부산시와 동구에 공공조형물로 등록해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공조형물로 지정되면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배정해 소녀상을 관리할 수 있다. 강원 원주시는 2015년 8월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지정하고 주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관리하고 있다. 제주 제주시 방일리공원에 설치된 소녀상도 지난해 7월, 9월 잇달아 훼손되자 공공조형물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 27일 평화의 소녀상 등 조형물 설치·관리 등을 돕는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 부산 여론은 공공조형물 등록에 호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