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인근 자치구-단체 잇따라 건립
낡은 주택 개조 성동구 ‘해피하우스’ 월 15만원 내고 462명 거주
지역단체-스타트업도 가세
“취업이나 학점 걱정보다 주거 스트레스가 가장 심했어요.”
3일 한양대 경영학과 3학년 서지윤 씨(22·여)는 3년간의 서울 생활을 이렇게 말했다. 경남 하동군이 고향인 서 씨는 2014년 대학에 들어온 뒤 매년 이사를 다녔다. 입학 첫해 기숙사에 들어갔지만 1년 후 추첨에서 떨어졌다. 기숙사를 나온 그는 2015년 1학기 월 50만 원을 내고 하숙을 했다. 2학기에는 친구 2명과 월세 70만 원의 자취방에서 살았다. 서 씨는 “부담스러운 집값과 불편한 시설로 자취·하숙 생활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서 씨의 주거 스트레스는 지난해 2월 학교 인근 공공기숙사에 입주하면서부터 사라졌다. 서 씨가 입주한 곳은 서울 성동구에서 운영하는 공공기숙사 해피하우스다. 2011년 조성된 이곳은 뉴타운 지역 탈락 여파로 공실률이 높아진 도선동 일대의 낡은 주택을 개조해 만들었다. 구청이 리모델링 비용과 공공근로 관리인을 지원하고, 집주인은 세입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 주민의 호응이 높았다. 특히 학생들은 월 15만 원만 내면 식사와 각종 공과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다.
대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5년간 9곳의 낡은 주택이 공공기숙사로 변신해 대학생 462명이 이곳에 거주했다. 서 씨는 “올해부터 졸업반이라 취업 준비가 걱정이었는데 집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준비할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이처럼 대학이 밀집한 서울 각 지역에서 공공기숙사가 점차 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대학별 기숙사 수용률이 낮기 때문이다. 3일 대학가 정보 포털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서울 소재 대학의 기숙사 평균 수용률은 약 14%에 불과하다. 이에 대학은 물론이고 자치구와 지역단체, 스타트업 기업 등 다양한 기관·업체가 공공기숙사 건립에 나서고 있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등 대학이 밀집한 서대문구에는 2011년부터 건립된 각종 공공기숙사에서 대학생 600여 명이 살고 있다. 서대문구가 직접 운영하는 ‘천연동 꿈꾸는 다락방’에는 대학생 48명이 월 5만∼10만 원을 내고 입주해 있다. 그 대신 학생들은 인근 지역의 저소득층 중고교생을 위한 학습 멘토링을 해야 한다.
교회 등 지역 단체에서도 나서고 있다. 연세대 부근 봉원교회는 지난해 8월 교회 옆 땅에 기숙사를 지어 학생들을 위해 무료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과 스타트업 기업이 함께 기숙사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서울대 총학생회와 스타트업 기업 ‘코티에이블’은 셰어하우스 ‘모두의 하우스’ 사업을 시작했다. 오피스텔이나 다세대주택 등을 임대해 함께 거주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서울대생 52명이 입주했다. 안혜린 코티에이블 대표는 3일 “올해는 셰어하우스 대상 학교를 고려대와 경희대 등 10개교까지 늘려 대학생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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