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정리한 법률서적 변호사 시험 직전 사라져…무슨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4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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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4시 광주 북구의 한 원룸 앞. 로스쿨 3학년생 A 씨(27·여)가 택시에서 법률서적 40, 50권을 내렸다. 그는 3년간 준비한 변호사 시험을 앞두고 독서실에 있던 책을 집으로 옮기던 중이었다.

A 씨가 책 일부를 집으로 나른 뒤 나와 보니 민법 등 중요한 법률서적 11권이 사라졌다. 분실한 법률서적은 변호사 시험을 위해 3년간 공들어 정리한 요약본이었다. 그에게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 것이었다. 당황한 A 씨는 다급하게 112에 신고했다. 그는 "잃어버린 법률서적은 최종정리 집약본으로 변호사 시험 전에 반드시 봐야 한다. 꼭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신고를 받은 광주 북부경찰서는 원룸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노인 한 명이 책을 가져가는 것을 확인하고 신원확인에 나섰다. 경찰은 책을 훔쳐간 사람이 인근에 사는 B 씨(91)라는 것을 밝혀냈다. 4년 전부터 치매증상을 앓던 B 씨는 평소 길거리에서 폐지를 주워 모아 팔았다. B 씨는 경찰에서 "원룸 앞에 책이 놓여 있어 폐지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경찰은 4일 B 씨의 집 출입문에 놓여 있던 책을 회수해 서울에서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A 씨에게 우편으로 보내줬다. A 씨는 10일부터 나흘 동안 서울의 한 대학에서 변호사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A 씨는 "잃어버렸던 법률서적을 찾은 만큼 변호사 시험에 꼭 합격할 것 같다"고 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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