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같은 겨울… 강원도의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5일 03시 00분


미세먼지 겹쳐 1월 한파특수 실종

눈 녹아내린 눈썰매장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여의아이스파크’를 부모와 함께 찾은 어린이들이 
눈썰매를 타고 있다. 사계절용 슬로프여서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 탓에 슬로프 정상 부분의 눈이 녹은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눈 녹아내린 눈썰매장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여의아이스파크’를 부모와 함께 찾은 어린이들이 눈썰매를 타고 있다. 사계절용 슬로프여서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 탓에 슬로프 정상 부분의 눈이 녹은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월부터 추위 대신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미세먼지까지 겹치면서 겨울 특수를 기대했던 관광지나 의류업계 등이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국 평균 기온은 3.1도로 평년(1.5도)보다 1.6도나 상승해 관측 사상(1973년 이래) 세 번째로 따뜻했던 것으로 기록됐다. 

 5일 낮 최고 기온은 서울이 10도, 광주가 11도, 대구는 8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보됐다. 이날 전국의 낮 최고 기온은 평년보다 3∼9도가량 높다. 이 같은 최고 기온은 2월 말과 3월 초순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특히 겨울 관광특수를 기대하는 강원지역은 따뜻한 1월 날씨 때문에 지역경제가 타격을 입을 정도다. 강릉의 2일 최저 기온이 6.2도였는데 이는 이 지역 기상관측 사상 두 번째로 따뜻한 날씨였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포근한 겨울 날씨가 새해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 한반도 북쪽 찬 공기 못 내려와

 
여기에 겨울철을 맞아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까지 높아지면서 겨울 관광지 특수가 사라지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겨울축제로 지난해 12월 25일 문을 연 ‘로맨틱 춘천 페스티벌’의 아이스링크 이용객은 개장 8일 동안 5907명으로 전년 동기(6845명)와 비교해 1000명 가까이 줄었다. 로맨틱 춘천 페스티벌은 이상 고온 탓에 당초 12월 23일에 개막하려다 이를 늦추면서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또 강원지역 대표 겨울축제인 ‘화천 산천어축제’는 당초 이달 7일 개막할 예정이었지만 14일로 연기됐다. 산천어축제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화천천의 얼음 두께가 최소 20cm 이상 돼야 하지만 현재는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홍천강 꽁꽁축제’는 지난해 12월 6일 개최하려다 얼음이 충분히 얼지 않아 한 달을 넘겼다. 결국 이달 13일에야 개막할 예정이다. 얼음낚시와 썰매타기, 얼음축구 등 얼음을 소재로 한 체험행사가 중심인 평창 송어축제, 인제 빙어축제 등도 줄줄이 연기됐다.

 그렇다면 겨울인데 왜 이렇게 따뜻한 걸까. 따뜻한 공기를 머금은 상층 고기압이 알래스카 부근에 머물면서 북쪽의 찬 공기가 한반도 쪽으로 내려오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차가운 공기가 시베리아 일본 북동쪽 해상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벵골 만-티베트 고원-중국 남부 지역에 걸쳐 발달한 따뜻한 공기층이 한반도 북쪽에서 내려오는 한기를 막아 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 데다 남쪽 저기압도 발달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례적으로 따뜻한 날씨 때문에 울상을 짓는 곳은 또 있다. 추위가 한풀 꺾이자 패션업계도 겨울옷 매출이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가장 추운 1월에 겨울상품 재고를 소진해야 하는데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년보다 겨울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 겨울 이벤트 취소, 유통업 울상

 아웃도어 판매 실적을 보면 이 같은 분위기가 바로 드러난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정기세일 기간 직전인 지난해 12월 18∼31일 아웃도어 매출 성장률은 5.8%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6%포인트 떨어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올겨울 한파 예보로 겨울상품 매출이 전년보다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상태가 지속되면 1월 매출이 크게 꺾일 것”이라고 말했다.

 날씨 변수를 만회하기 위해 패션업계는 백화점 정기 세일에 맞춰 대대적인 할인 공세에 나섰다. 패딩, 코트 등 방한용품 신상품을 최대 50%까지 할인 판매한다. 보통 패션 브랜드들이 20% 수준으로 정기 세일 행사를 벌였던 것에 비해 큰 할인 폭을 적용한 것.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이달 내에 겨울상품을 다 팔지 못하면 고스란히 재고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패션업체들이 예년보다 세일 폭을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이례적으로 따뜻한 겨울 날씨가 길게 이어지다가 10일부터 다시 추워진다고 설명했다. 9일부터 알래스카 부근에 있는 고기압이 차츰 이동하면서 시베리아에 있는 차가운 공기가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예상과 달리 알래스카 부근 고기압의 정체가 길어질 경우 따뜻한 겨울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임현석 lhs@donga.com·최고야 기자
#눈썰매#아웃도어#겨울레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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