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조건 1순위는 무엇일까요… 같은 설문 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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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20년, 기회의 문 넓히자]1965년 “실력” 49%… 2017년 “인맥” 37%
“살림 나아질것” 28%서 11.5%로

  
‘한국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필요한 게 무엇일까?’

  ‘잘살아 보자’는 일념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땀 흘렸던 아버지 세대들은 당연히 실력이라고 믿었다. 동아일보가 1964년 12월 전국 성인 남성 1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민생 관련 여론조사에서 이런 아버지 세대의 믿음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당시 ‘취직이나 출세를 하려면 연줄, 돈, 실력 중 어느 것이 중요한가’라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에 아버지 세대들은 ‘실력’(49%)이라고 대답했다. 1964년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07달러로 2015년(2만7340달러)의 256분의 1에 불과했던 때였다. 먹고살기 힘들어도 땀 흘려 실력을 갖추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공정한 기회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아버지 세대는 ‘내 자식만큼은 열심히 공부해 실력만 갖추면 나보다는 잘살겠지’라는 믿음도 있었다. 이런 믿음은 그해 수출액 1억 달러 돌파라는 성과로 이어졌고, 대한민국을 전쟁의 폐허 더미에서 세계 경제 10위권의 대국으로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됐다.

 50여 년이 지난 요즘은 어떨까. 동아일보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함께 지난해 12월 전국 성인 1000명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결과는 그때와 달랐다. ‘혈연, 지연, 학연 등의 인맥’을 꼽은 응답은 36.8%로 증가한 반면 ‘실력’은 33.8%로 떨어졌다. 국정 농단 사태의 주인공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돈도 실력이야”라고 했던 것도 이런 사회 분위기의 단면이다. 기회 균등에 대한 국가 시스템의 불신이 커지면서 능력주의 사회를 기대하는 믿음이 크게 후퇴한 것이다.

 미래 살림이 좋아질 거란 기대감도 50여 년 전보다 오히려 줄었다. 1964년 조사에선 ‘살림살이가 앞으로 나아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28%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이번 조사에선 11.5%만 긍정적으로 봤다.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인 답변은 1964년 26%에서 지난해 45.4%로 크게 늘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행복감이 소득에 비례해 높아지지 않는 ‘진보의 역설’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하지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물론 실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조차 약해진 한국의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지용희 서강대 명예교수는 “불공정 경쟁을 체감하는 국민들의 분노에 정부와 정치권이 응답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더 어두워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김성모 mo@donga.com / 세종=이상훈 기자
#성공조건#인맥#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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