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신도고에는 독특한 교내 활동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두레 활동’이다. 두레는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공동 노동체 조직을 부르는 말이다. 한 마을의 성인 남자들이 협력해 농사를 짓거나 부녀자들이 함께 길쌈을 하는 식의 활동이다.
이름의 유래처럼 신도고의 두레 활동도 학생들이 서로 협력해 공부하는 활동이다. 두레 활동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여러 명이 모여 함께 공부하는 그룹스터디 활동이고, 두 번째는 멘토와 멘티가 짝을 이뤄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는 멘토링 활동이다.
나는 방과 후 수업과 연동돼 있는 멘토링 활동에 참여했다. 방과 후 수업에서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영어를,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국어를 주로 학습했다.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반을 나누지만 아무리 반을 나눈다고 해도 2, 3개에 불과해 반의 모든 학생에게 수준이 잘 맞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또 선생님이 열심히 설명을 해도 모든 학생이 이를 완벽하게 이해하기도 어렵다. 이때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것이 멘토링 활동이다.
방과 후 수업이 끝난 뒤 30분이 바로 멘토링 활동이 이뤄지는 시간이다. 방과 후 수업 시간에 멘티가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질문하면 멘토가 설명해 주는 식으로 진행됐다. 나는 멘토로 이 활동에 참여했고, 한 명의 멘토는 두세 명의 멘티와 짝을 이뤘다.
멘토링 활동이 항상 수월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 활동은 멘티의 질문이 중심이라 멘티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멘토링이 이뤄지지 않는다. 또 멘토와 멘티는 성적에 따라 정해졌는데, 평소에 잘 모르던 학생과 짝을 이룰 때도 있었다. 이때는 멘티도 낯설어 질문이 줄어들고, 배운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작은 어려움에도 멘토링 활동은 분명히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멘티였던 한 학생은 미적분1 과목에서 성적이 크게 올랐다.
멘토링 활동은 멘티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멘토에게도 도움이 된다. 멘토는 멘티에게 설명을 하면서 자신이 문제 푸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인지, 문제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를 스스로 점검할 수 있다. 멘티에게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하면 자신이 그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활동을 통해 멘토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멘토링 활동은 학업 능력 향상 효과를 넘어 멘토에게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도 됐다.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만족감을 느꼈고, 보람도 있었다.
김동현 신도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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