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 촛불집회 생존학생 9명 참가 “우리 모두를 잊지말고 기억해달라”
60대 스님 집회중 분신 ‘위독’
“우리를 잊지 말고 18세 그 시절 모습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세월호 참사 발생 1000일을 이틀 앞둔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1차 촛불집회 행사에는 참사 당시 단원고 학생이었던 생존자 9명이 단상에 올랐다. 장애진 씨(20·여)는 친구들을 기리는 편지를 읽다가 희생된 그들이 떠올랐는지 목이 메었다. 장 씨는 “응원하고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죄송함도 느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며 “시민 여러분 앞에서 말씀드리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시간이 지났고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위해 이제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나왔다”라고 무대에 오른 이유를 설명했다.
생존자들이 ‘천국의 친구들’에게 쓴 편지가 광화문광장에 흐르자 집회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들도 눈물을 쏟았다. 고 한세영 양의 아버지는 “함께 슬퍼해 주고 함께 행동해 준 국민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국민들이 함께해 달라. (진상 규명을 위해) 목숨 걸고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고 임요한 군의 어머니도 “국민들이 함께 소리 높여 주고 행동해 줘서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집회를 통해 기후와 조류, 기술상의 문제 등으로 일시 중단된 세월호의 조속한 인양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배를 직접 조사해야 사고 원인이 밝혀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유가족들은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참사 발생 후 1000일 동안 진상 조사는 정치적 공방이 돼버렸다. 2015년 1월 1일 시행된 특별법에 따라 그해 7월 활동을 시작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특조위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난해 9월 활동을 종료했다.
세월호 1000일 추모 행사와 함께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7일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시민 60여만 명(경찰 추산 2만4000명)이 참여해 유가족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경찰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역과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각각 열린 친박(친박근혜) 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에 촛불집회보다 많은 3만7000명(주최 측 추산 102만 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이에 촛불집회 주최 측인 퇴진행동의 안진걸 공동대변인은 8일 “경찰이 촛불집회 참가자 수를 낮춰 발표했다. 이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업무방해”라며 “고소·고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7일 오후 10시 29분 촛불집회에 나온 ‘정원 스님’으로 알려진 서모 씨(64)가 분신을 시도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8일 현재 위독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유서로 보이는 종이와 인화성 물질이 담긴 플라스틱 통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종이에는 ‘박 대통령은 내란사범’이라는 취지의 주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 씨는 지난해 1월에는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불만을 품고 외교부가 있는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 화염병을 던지려다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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