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9호선, 올해도 지옥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0일 03시 00분


차량 증편작업 내년 초로 미뤄져
올해말까지 추가 도입 예정 54량… 신호검증 등 시험운행 오래 걸려
출근시간 주요 구간 혼잡 여전… 내년 김포도시철도 개통땐 가중될듯

 
인천 계양구 계양동에서 서울 강남까지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모 씨(31)는 아침마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이라는 ‘지옥’에 오른다. 배낭을 가슴에 바짝 끌어안고 겨우 열차에 몸을 밀어 넣으면 한겨울인데도 땀이 흐른다. 김 씨가 공항철도에서 9호선으로 갈아타는 김포공항역은 종점인 개화역에서 한 정거장 거리인데도 사람들에게 떠밀려서 승강장에 도착한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개화역까지 거슬러 가서 타기도 하지만 1분 1초가 급한 출근길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9호선이 당분간은 이런 오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계획됐던 객차 증편 작업이 당초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내년 초로 미뤄져서다. 열차 한 편에 객차 8량이나 10량으로 돼있는 1∼7호선과 달리 9호선은 4량짜리 ‘꼬마열차’다. 사업 초기에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과 김포 등지 신도시 수요를 간과했고, 급행열차 수요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전 출근시간대에 염창∼당산, 당산∼여의도 구간은 지난해 혼잡도가 약 240%였다. 열차 한 칸에 정원(158명)의 2.4배인 380명이 탔다는 의미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 서울시는 총 70량을 발주해 올해 말까지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지난해 16량을 들여와 승객 불편을 일부 줄였다. 특히 출근시간대에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리는 가양∼신논현 구간에 16량 모두를 셔틀형 급행열차로 투입해 혼잡도를 낮췄다.

 하지만 승객들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도 지난해 추가 도입하기로 한 70량 중 남은 54량은 내년 1월 말이나 돼야 운행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 54량은 4량짜리 8편성과 6량짜리 1편을 도입한 뒤 4량짜리에 각각 객차 2량을 연결해 늘린 숫자다. 열차 9편은 이미 공급사로부터 받아서 수천 km의 예비주행도 마쳤다.

 하지만 실제 노선에서 신호체계를 점검하는 신호 검증과 시운전 등에 걸리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현재 4량짜리 열차들을 6량으로 키울 것이기 때문에 신호체계도 6량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며 “4량 열차로 6량 기준 시스템을 시험하는 것인 만큼 안전을 기하다 보니 시간이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서울 외곽 지역에서 9호선을 이용하는 승객의 불안은 더 커져 가고 있다. 2018년 김포도시철도가 개통되면 강남으로 오가는 이용객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김 씨는 “승객이 너무 많아져 서울 강서·영등포 권역에서는 아예 탑승이 불가능해지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54량을 최대한 빨리 노선에 투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내년 말까지 80량을 추가로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9호선 운행을 마치고 난 새벽 시간에야 궤도가 비어 시험 운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빠듯하다”라면서도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계획보다 조금 늦어지더라도 시험 운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지하철#9호선#지옥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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