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600만 시대입니다. 파견·용역·도급, 기간제와 시간제 등 비정규직은 이름도 참 다양합니다. 대표적인 이름은 바로 ‘을(乙)’입니다. 우리의 ‘을’들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월급이 밀려도 어디에 하소연도 못합니다. 정규직이라고 다를까요? 구조조정 압박을 이겨내려고 ‘저녁이 없는 삶’을 사는 정규직도 ‘을’이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갑’들의 횡포를 가만히 앉아서 지켜봐야만 할까요. 동아일보는 앞으로 이 사회의 ‘을’들을 응원하는 한편 정당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방법을 자세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지난해 12월 4일. 서울 마포구 맥도날드 망원점이 갑자기 문을 닫았습니다. 가맹점주가 가맹수수료 7억 원을 내지 않자 본사가 계약 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입니다.
망원점 사장은 문을 닫은 그날 직원들에게 아무 언질도 없이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알바생’ 68명의 임금과 상여금, 퇴직금 등 1억6000만 원을 주지 않은 채 연락도 두절됐습니다. 피해자들은 할 수 없이 맥도날드 본사를 찾아가 체불 임금을 달라고 요구했죠. 하지만 “우리는 책임이 없다. 가맹점주로부터 받아내라”는 씁쓸한 통보만 받았습니다.
이에 알바노조는 이달 10일 망원점 앞에서 규탄 시위를 벌였습니다. 알바노조가 조사해보니 점주도 그 나름대로 할 말은 있었습니다. 인근 합정역에 직영점이 문을 열면서 영업에 타격을 입는 바람에 수수료를 내지 않고 버텼다는 겁니다. 이후 본사가 가압류를 걸어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아야 했고, 체불 임금을 지불할 여력도 없다며 항변 중이라고 합니다.
알바노조의 시위가 계속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규탄 여론이 들끓자 맥도날드도 태도를 바꿨습니다. 맥도날드 측은 “청년들이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돕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점주는 본사가 압류만 풀어주면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알바노조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단 본사가 체불 임금을 하루빨리 지급하고 점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이 순서”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처럼 땀 흘린 노동의 대가도 정당하게 받지 못하는 알바생과 비정규직이 우리 사회에는 참 많습니다. 어디에 하소연하거나 고발하고 싶어도 ‘을’이라는 처지 때문에 꾹 참고 지내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가만히만 있으면 이런 ‘갑(甲)’의 행태는 더 고약해집니다. 더 많이 공부하고 똑똑해져야 이런 행태도 따끔히 혼내줄 수 있습니다.
○ 알바생이 알아야 할 최저임금의 진실
먼저 알바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최저임금부터 꼼꼼히 따져볼까요?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6470원입니다. 지난해보다 440원(7.3%) 올랐죠. 최저임금은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외국인 근로자는 물론이고, 인턴이나 실습생도 근로자처럼 일을 한다면 적용받습니다. 다만 가정부 같은 가사근로자나 친족 사업체 종사자, 정신 및 신체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은 사람은 예외입니다. 3개월 이내의 ‘수습사원’ 역시 수습 기간에는 최저임금의 10%를 감액해서 지급해도 됩니다.
최저임금을 일당(8시간 근무 기준)으로 환산하면 5만1760원이고 월급(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환산하면 135만2230원입니다. 여기에는 ‘주휴수당’이 포함돼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1주일에 평균 한 번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도록 돼 있고, 주휴수당은 바로 이 휴일에 대한 수당입니다. 주휴수당 계산은 복잡하기 때문에 정부가 유급휴일까지 포함한 월 기준 근로시간(209시간)을 널리 홍보하고 있습니다. 즉, 주 40시간으로 한 달 근무했다면 시급에 ‘209’를 곱한 금액이 바로 주휴수당이 포함된 월급이 됩니다.
다만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고, 근무일에 결근하지 않은 근로자만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저시급으로 하루 4시간씩 주 5일을 근무했다면 12만9400원(6470원×20시간)에 유급휴일 하루(4시간)에 대한 주휴수당 2만5880원을 더해 15만5280원이 최저주급입니다. 만약 사장이 주급으로 15만 원만 줬다면 5280원을 더 받아내야 합니다.
주휴수당을 은근슬쩍 빼고 일한 날만 계산해서 임금을 주는 사업주들도 꽤 있습니다. 알바생들이 주휴수당이나 근로기준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정부는 지난해부터 최저임금을 고시할 때 시급과 월급을 함께 고시합니다. 만약 주 40시간 근무를 하는 알바생이라면 이리저리 복잡하게 계산할 필요 없이 ‘월급’만 머릿속에 기억해 놓아도 됩니다.
알바생이라도 연장 또는 야간근무(오후 10시∼익일 오전 6시)를 하면 각각 50% 할증한 시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연장근로와 야간근로가 겹친다면 중복 할증해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시급 7000원 계약을 맺고 일하는 알바생이 어느 날 밤 12시까지 일했다면 일당 4만2000원(7000원×6시간)에 연장근로수당 7000원(7000원×0.5×2시간)과 야간근로수당 7000원(7000원×0.5×2시간)까지 5만6000원을 받아야 합니다. 다만 이런 할증은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5인 미만은 예외입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모든 내용은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에 담겨 있습니다. 법을 어기면 당연히 처벌도 받아야 합니다. 최저임금 위반 사범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그동안 최저임금 위반은 과태료 정도만 내는 일이 많았는데요, 정부가 앞으로는 처벌을 강화한다고 하니 사업주들도 꼭 잘 지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위해 노사정(勞使政) 대표들이 합의한 약속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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