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바늘 쑤셔넣고 오줌 먹이고… 10년간 아동학대 ‘지옥의 보육원’

독립가구 구조라 학대 눈치못채… 고교생 돼서도 트라우마 시달려
檢, 직원 3명 구속 등 8명 기소

　시끄럽게 울기라도 하면 아이의 입속으로 바늘이 들어왔다. “입을 꿰매 버린다”는 무시무시한 말에 아이들은 공포에 질려 말문을 닫았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거나 실수를 하면 어김없이 매질이 가해졌다. 손과 발은 물론이고 각목과 파리채가 허공을 가르며 아이들의 몸에 떨어졌다. 경기 여주시의 한 보육원에서 10년간 벌어진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여주시 A보육원 직원 장모 씨(40·여)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변모 씨(36·여) 등 3명을 불구속 기소, 2명을 약식 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직원 장 씨는 2011년부터 약 1년 동안 화장실 청소를 하지 않거나 세탁기에서 빨래를 찾아가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어린이 8명(6∼12세)의 얼굴과 엉덩이를 손과 각목 등으로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장 씨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몽둥이와 파리채로 때리고 속옷만 입힌 채 건물 계단에 1시간가량 세워 놓았다. 아이들이 청소 때 쓰는 바가지에 잘못 오줌을 싸면 원생들이 보는 앞에서 오줌을 먹도록 했다. 정서적 학대도 가했다. 생활규칙을 어긴 아이에게는 다른 친구들과의 접촉을 금지하는 이른바 ‘투명인간’ 벌칙을 주고 속옷과 양말을 착용하지 않은 채 학교에 가도록 강요했다.

　구속 기소된 다른 직원 2명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몰래 간식을 먹었다는 이유 등으로 아이들을 각목과 빗자루 등으로 폭행하고 뜨거운 철판에 손을 대도록 해 화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보육원 교사 변 씨 등은 2007년부터 최근까지 아이들의 잘못을 고친다며 가죽벨트로 때리거나 주삿바늘로 찌르는 등 수차례 학대한 혐의다. A보육원은 생활관 9개에서 원생 90여 명과 교사 18명이 24시간 함께 생활한다. 이 가운데 원생 40여 명이 최근 10년간 아동학대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원생 대부분은 부모가 사망하거나 양육권을 포기해 보육원에 맡겨진 고아나 다름없었다.

　검찰 관계자는 “생활관이 폐쇄적인 독립가구 구조라 가학적 학대행위에 대한 감시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심지어 8, 9세 때 학대를 당하고 현재 고교생으로 성장한 일부 원생은 지금도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리감독 기관인 여주시도 지난해 A보육원에 지도점검을 나갔지만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여주=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