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 안주고 불법파견… 택배업체 5곳중 4곳꼴 위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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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202곳 노동관계법 위반 적발

 대학 휴학생 A 씨는 지난해 9월 추석 전 수도권의 한 택배물류센터에서 일주일간 물건을 내리고 싣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오후 7시에 출근해 10시간 정도 강도 높게 일한 뒤 다음 날 새벽 퇴근하면 일당 6만∼7만 원을 받았다. 밤새도록 물건을 날라야 하는 고된 작업이었지만 일주일이면 수십만 원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기대감에 묵묵히 일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A 씨를 고용한 파견업체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장, 야간(오후 10시∼익일 오전 6시) 근로가 겹칠 경우 줘야 하는 가산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가산수당을 제대로 지급했다면 휴게 시간(최소 1시간)을 빼더라도 최소 8만 원은 받아야 했지만 하루 1만 원가량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다.

 청년들이 ‘극한 알바’로 부를 정도로 노동 강도가 심한 택배물류센터에서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주거나 각종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혐의가 대거 적발됐다. 이렇게 체불된 임금 규모만 10억 원에 이른다. 특히 대형 택배회사들이 피라미드식 하청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부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CJ 한진 롯데 KG로지스 로젠 KGB 우체국 등 대형 택배회사 7곳의 물류센터와 아르바이트생 파견 업체 등 250곳을 감독한 결과 202곳(558건)에서 노동관계법(근로기준법, 파견법, 최저임금법 등) 위반 사실을 적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중 33곳은 형사 입건됐고, 29곳은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처분을, 140곳은 체불 임금 지급 명령 등 시정명령을 받았다.

 대학생 B 씨도 지난해 12월 방학이 시작되자 파견업체를 통해 수도권의 한 물류센터에서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지만 B 씨에게 일을 시키고, 감독하던 직원은 B 씨를 고용한 파견업체 소속이 아니었다. 또 같이 일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B 씨보다 시급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도 뒤늦게 알게 됐다. 고용부 조사 결과 B 씨를 파견한 업체는 무허가 2차 하청업체였고, 1차 하청업체보다 시급을 적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이번 조사에서는 불법 파견도 44건이나 적발됐다. 또 2차 하청업체 28곳은 무허가 파견업체였다. 보통 물류센터는 원청 직원이 서너 명에 불과하고, 물류 상·하차 작업은 하청업체에서 인력을 파견받아 처리한다. 문제는 업무량이 몰리는 명절이나 연말 등 특정 시기에는 2차, 3차까지 재하청을 주며 피라미드식으로 인력을 조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견법상 2차 하청업체가 인력을 모집해서 1차 하청업체에 넘길 때는 현장관리인이 동행해 파견 근로자들을 직접 지휘·감독해야 한다. 하지만 고용부 조사 결과 현장관리인이 동행하지 않고 1차 하청업체가 지휘·감독하는 불법 파견(위장 도급)이 퍼져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하청업체들이 인건비를 절감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고, 임금과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관행이 보편화됐다는 것이 고용부의 판단이다.

 더 큰 문제는 원청인 대형 택배회사들에는 불법 파견 책임은 물을 수 없다는 점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원청까지 처벌하려면 원청 직원들이 파견 근로자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는 등 직접 지휘·감독한 사실이 입증돼야 하는데 그런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라며 “하청업체들에만 불법 파견 혐의를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형 택배회사들이 상·하차 인력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다단계 하청으로 조달해 왔다는 사실에 대한 도덕적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파견 근로자 상당수가 20, 30대 청년이나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중장년층인 것을 감안하면 당국의 감독이 더 엄격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물류센터#택배#아르바이트#위법#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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