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새해가 시작됐다. 아직 설날은 오지 않았으나 해가 바뀌니 새로운 다짐이 생기는 달이다. 시작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1월이라 올해엔 좋은 일만 가득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한 해의 시작부터 내겐 ‘웃픈’(웃기면서 슬픈) 일이 생기고 말았다.
술을 거나하게 드신 분이 실수로 들른 건지, 아니면 작정하고 오신 건지 모르겠으나 최근 내 가게에 밤손님이 왔다 갔다. 가게 이곳저곳에 ‘그분’이 드나든 여러 흔적이 있었다. 며칠 전 옆 가게에 밤손님이 행차했단 말을 들었는데 간이 큰 건지 이번엔 내 가게와 또 다른 가게에 들른 것이다. 다행히(?) 가게 내부에 관심이 많았는지 이것저것 구경하고 만지고 왔다 갔다 해 커다란 지문을 많이 남겨두셨다. 이젠 그를 찾기만 하면 된다.
이를 새해 액땜으로 여겨야 할지, 아니면 음력으론 해가 안 지났으니 연말 액땜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람 다치지 않고 넘어가 다행이란 생각은 들지만 가게가 문을 닫은 시간에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았다는 사실에 찝찝함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어떤 사람들은 큰 노동을 하지 않고도 주머니를 채울 수 있는 일을 찾아다닌다. 노력하지 않고 손에 쥔 대가가 어떤 영양분이 될 수 있을까. 요즘 TV만 틀면 나오는 최순실 씨 일당들도, 내가 나서면 모든 게 달라질 거라 큰소리치는 정치인들도 정당하게 일하고 일꾼의 몫만큼을 손에 쥐고자 바르게 산다면 나 같은 시민들의 하루하루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밤손님이나 TV에 나오는 염치없는 이들을 보면 보통 사람인 우리네는 대체 왜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나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누구는 전화 한 통으로 아이를 엄청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고 다른 나라에서 주인 행세를 하며 번듯한 사업도 하고 있는데 말이다. 하루하루 한눈을 팔았다가는 채 한 달을 버티기 힘든 내가,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도 빡빡하게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안쓰럽고 슬프다.
저녁이면 쓴 소주 한잔에 “에휴… 오늘도 애썼네” 하며 내 마음도 달래 보고,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 수다도 떨며 잠시나마 근심을 덜어내 보지만 자꾸만 스트레스가 쌓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가게가 있는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함께 일하는 젊은 사장들도 좋은 기운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손님이든, 그냥 지나가는 관광객이든 그들의 인사와 웃음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청년몰의 사장들은 주머니에 돈이 넘치는 부자가 아니다. 적당히 벌고 적당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마음이 부자인 사람은 많지만 주머니가 넉넉하진 않다. 그나마 있는 의지와 용기를 아무도 뺏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은홍
※필자(43)는 서울에서 일하다가 전북 전주로 가 볶음요리 전문점인 더플라잉팬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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