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인천 중구 신포동과 차이나타운 사이에는 흉물스러운 건물들이 꽤 있습니다. 아예 비어 있는 건물도 많죠. 페인트칠이 벗겨진 큰 간판들만이 한때 잘나갔던 이 지역의 영광을 보여줄 뿐입니다.
#.3 그런데 최근 이 동네 후미진 골목에 '핫 플레이스'가 생겼습니다.
#.4 2층짜리 아담한 석조 건물로 안에 들어서면 돌 벽과 서까래, 지붕 등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죠. 바로 카페 '아카이브 빙고'입니다.
#.5 1920~50년대 얼음창고로 쓰였던 이곳을 건축가 이의중 씨(39)가 개조해 운영하고 있죠. 일본에서 건축을 공부한 그는 국토연구원에서 오래된 건축물 관련 업무를 하다 이곳을 만들었습니다.
#.6 크기는 50m²도 안 되지만 스탠딩 클럽파티나 작은 음악회 주민들의 소모임, 문화계 인사가 모이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죠.
#.7 이처럼 요즘 버려진 건물에 시간의 흔적을 담아내 멋지게 부활하는 건축물이 잇따라 생겨납니다. 서울의 선유도공원처럼 낡은 정수장을 공원으로 만드는 등 과거에는 공공부문이 주도해 이뤄졌던 일들이 민간으로 확산되고 있는 거죠.
#.8 특히 빈집이 많은 지방에서 '폐가의 환생' 작업이 활발한데요. 경남 통영 미륵산 자락의 북스테이인 '봄날의 집'이 대표적입니다. 주민의 고령화 등으로 빈집이 많아지자 지역의 건축가 강용상 씨가 폐가 개조작업에 나섰죠.
#.9 그는 방 하나는 골목으로 문을 터서 작은 서점으로 꾸몄고 통영 문화를 주제로 각 방을 꾸몄습니다. #.10 통영 바다 색깔로 꾸민 '화가의 방', 통영 나전 장인이 만든 장식물로 꾸민 '장인의 방', 박경리 김춘수 유치환 등 통영 문인들을 소개하는 '작가의 방' 등이 대표적이죠. 이색 체험을 하려는 여행객을 발길도 잦다고 하네요.
#.11 버려진 시설물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곳도 많답니다. 서울 청량리 청과물시장에 들어서면 시장 건물 2층에 뜬금없는 장소가 나옵니다. 바로 수제맥주와 푸드코트, 루프트톱 캠핑장 등을 갖춘 '상생장'입니다.
#.12 상인들이 20년간 창고로 쓰던 곳을 개조한 공간입니다 중장년층으로 붐볐던 시장에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늘었고, 외국인 교환학생들도 방문하는 명소가 됐습니다.
#.13 인구 구조나 건축물 공급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정말 반길만한 현상입니다.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 수만 해도 약 107만 채에 이르죠.
#.14 낡은 것은 버리고 새로 짓고 높이 올리는 개발 시대의 건축 논리가 무조건 통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오히려 오래된 것의 멋과 가치를 담은 공간이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죠.
#.15 유럽은 백년 넘은 건축물이 건재하고 개별 건물마다 특유의 개성을 뽐냅니다. 한국에서도 역사성과 지역성이 담긴 건축물이 각광받는 시기가 오기를 꿈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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