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 뉴욕의 유명 건축가인 마티아스 홀위치가 새롭게 나이 먹어가며 사는 법에 대해 펴낸 예쁜 그림책 ‘뉴 에이징’의 세 번째 장 제목이다. 이를 보고 나는 ‘요즘 누가 은퇴하고 싶어 하나…’ 하고 다소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얼마 전 세계 3대 기타리스트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제프 벡의 내한 공연에 갔다. 여전히 현란한 그의 연주를 보고 나서 위의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제프 벡은 1944년생으로 73세다. 그의 약력을 읽다가 내 눈을 잡은 부분이 있다. 그가 현역으로서 활동하는 연도(years active)였는데 ‘1964년부터 현재까지’로 되어 있었다. 무려 50년이 넘게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22일 서울 공연을 마친 그는 바로 일본으로 가서 연달아 10회 가까운 콘서트를 진행하며 강행군을 소화한다. 작년에는 신작 앨범도 냈다.
법적으로 정년이 60세이지만 2014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평균 퇴직 연령, 즉 실제 직장에서 퇴직 ‘당하는’ 연령은 52.6세다. 최근에는 더 낮아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앞으로는 더 빨라질 것이다. 퇴직이란 직장, 즉 조직에서 떠나는 것이다. 홀위치의 말처럼 절대 은퇴하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만큼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실적으로 직장, 즉 조직에서 일하는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대다수의 사람에게 한계가 있다. 물론 정부에서 정책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지만, 우리 대다수에게는 예순이 아닌 일흔 살까지도 경제적으로 혹은 심리적 건강을 위해서라도 일이 필요하다. 이 말이 현실적으로 나에게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
조직(직장)과 일(직업)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퇴직 때까지는 조직 안에서 일했다면, 그 이후에는 조직 밖에서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홀위치는 그 방법 중 하나로 취미나 어린 시절 하고 싶었던 것을 떠올려보고 이를 독립적인 일로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라고 하면서 집, 자동차 수리, 목공, 코칭, 여행, 장식 등을 예로 든다. 흔히 퇴직하고 나서 ‘무엇이 돈이 될까’만 고민하다 본인이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는 분야의 프랜차이즈 사업을 고려하게 된다. 미래를 위해서 우선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언제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할까.
조직에서 퇴직하기 훨씬 이전부터다. 나름대로 조사도 해야 할 것이고, 사람들도 만날 필요가 있을 것이며, 때로는 주말을 이용해 무언가를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국내외 기업과 홍보회사에서 일을 하던 장우혁 씨는 그림으로 생각을 표현해 내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그는 회사를 나와 머스태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창업을 했고, 그 후 미술치료에 관심을 갖게 되어 실무 과정을 이수했다. 컨설팅과 미술치료를 연결해 새로운 영역에서 자신만의 일을 만들었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그는 직장 경력과 개인적 관심사를 연결해 자신만의 분야를 발굴해 나가며 앞으로 더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을 떠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데 많은 사람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대한 다양한 조언이 있다. 자신의 삶을 글로 옮기다 보면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고도 하고, 분야를 가리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의 리스트를 만들어 보라고 한다. 심리 검사를 받아 보라고 하기도 하고, 전문적 상담을 받아 보라고 하기도 한다. 어느 것이 좋은 방법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이다. 자기 일을 찾기 위해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며, 이를 현실 속에서 어떻게 구현할지 준비하는 시간도 몇 년이 필요하다. 이런 작업이 강의 몇 개 듣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작년 내가 들었던 최고의 문구는 성서에 나오는 ‘날수 세는 지혜’라는 말이었다. 우리나라의 평균 퇴직 연령이라는 50세 초반. 대다수 직장인에게는 그리 넉넉한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우리 모두는 제프 벡 같은 세계적 스타는 아니다. 하지만 제프 벡처럼 20대에 일을 시작해 70대까지 은퇴하지 않고 현역으로 있어야 할 현실 속에 살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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