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에 '패러디 소스'를 검색했다.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포스터가 대거 등장했다.
"(포스터에서 주인공인) 다키와 미쓰하 그리고 글씨 몇 개를 지웠습니다. 이제 여러분 마음대로 패러디 포스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포토샵(그래픽 소프트웨어)을 다루지 못하는 누리꾼을 위해 "패러디 소스를 제공한다"는 블로그와 카페 게시글도 여럿 눈에 띄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패러디 한 편을 만들 수 있는 친절한 디지털 세상이다.
굳이 '너의 이름은'이 패러디 열풍의 주역이 된 것은 누리꾼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있어서다. 이 영화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로 불린다. 그 명성대로 신카이 감독은 동화 같은 판타지를 펼쳐냈다.
특히 '남녀 주인공의 몸이 뒤바뀐다'는 설정이 패러디를 원하는 누리꾼을 사로잡았다. 지루한 일상에 '다음 생엔 도쿄의 꽃미남으로 태어나게 해 달라'고 빌던 시골마을 여고생 미쓰하는 꿈을 꾼다. 바람대로 도쿄의 남학생으로 변하는 꿈. 같은 시간 도쿄에 사는 남자 고등학생 다키는 정반대의 꿈을 꾼다. 어느 산골 마을의 여고생이 되는 꿈이다. 두 주인공은 결국 꿈이라 생각했던 일들이 모두 현실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패러디 방식은 주로 두 주인공을 정치인 등 유명인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너의 이름은'이 국내에 개봉한 지(1월 4일) 한 달이 채 안 된 31일, 누적관객은 이미 342만을 넘어섰다. 영화가 인기를 끄는 동안 여러 편의 패러디 히트작(?)도 탄생했다.
'너의 실세는(천만년 만에 다가오는 국정농단의 기적이 시작된다)' '너의 권력은(둘 다 죽었으면 좋겠다)'처럼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을 각각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박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으로 대체한 것이 대표적이다. 비선실세 게이트 이후 박 대통령을 향한 누리꾼의 날선 비판이 느껴지는 정치 풍자이다.
'너의 군번은(아직 입대한적 없는 널 찾고 있어)' 같이 입영대상자를 약 올리는 패러디물도 인터넷에 화제가 됐다. 이밖에 '거 이름이 누구요(어 나는 여(당) 도지사 김문수 입니다)' '너의 우승은(아직 트로피를 든 적 없는 너를 찾고 있어)' 같이 정치와 게임을 오가며 장르 구분 없이 이미지와 동영상, 글 등의 형식을 통해 패러디가 만들어진다.
패러디는 디지털 세상에서 누리꾼이 선호하는 '놀이'이자 파급력 높은 '의사전달 방식'이됐다. 공감 가는 메시지를 유쾌한 방식으로 편집해내는 것. '오피니언 리더'로 거듭나는데 패러디만큼 좋은 수단도 없다.
패러디 제작에 뒤늦게 동참해본다. 취재 현장에서 늘 고민하는 문제다.
'너의 회사는?'('조중동'이 아니라 그냥 '동아일보'입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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