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의 트렌드 읽기]‘관계맺기’에 어색한 한국인의 SNS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3일 03시 00분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한국인은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세계에서 단연 디지털 강국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에서의 SNS 가입률은 압도적 세계 1위다. 그런데 다른 항목의 조사가 우리를 놀라게 한다.

 SNS를 사용하면서 우리는 하루 평균 1.1시간을 보내는데 이것이 조사대상국 가운데 거의 꼴찌인 것이다. 사용시간 1위 필리핀의 3.7시간, 2위 브라질의 3.3시간은 좀 비정상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탈리아(2시간)의 절반 정도고 미국(1.7시간), 스페인(1.6시간), 영국(1.5시간), 중국(1.5시간) 등보다 몇십 분씩 적다. 독일이 우리와 비슷하고 우리보다 적은 나라는 일본(0.3시간)이 유일하다. 최고의 접속 환경과 가입률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사용 시간은 아주 적은 축에 속하는 것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인과관계는 비교적 쉽게 추론이 가능하다. 알다시피 SNS는 낯선 사람들에게 자신을 공개하고 그들과 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한국인은 낯선 사람에게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다. 즉 SNS에서 모르는 사람들과의 관계맺기가 많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사용 시간도 적은 것이다. 사용 시간이 극단적으로 적다고 할 수 있는 일본에 대해 그들이 낯선 사람과의 대화 자체를 꺼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런데 트렌드 연구자로서 나의 관심은 다른 범주로 달려간다.

 바로 미래다. 지금 세계는 4차 산업혁명과 초연결 시대로 가고 있는데 한국인은 과거의 문화적 관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미래를 맞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민족마다 심리적 특징은 장단점이 있는 것이니 살던 대로 생긴 대로 살면 되지 이게 무슨 문제가 될까. 그런데 문제가 될 수 있다.

 요즘 광고를 통해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멘트를 종종 듣는다. 한국인은 유사 가족적 관계의 울타리 안에서는 굉장히 편안해하고 쉽게 신뢰를 보내며 좀처럼 관계를 끊지 않는다. 반면 그 울타리 바깥은 다른 세상이다. 신뢰 주기에 인색하고 관계맺기 자체에 어색해하고 심지어 배타적 태도를 보인다. 다름 아닌 ‘심리적 거리두기(detaching)’다. 원래 심리적 거리두기는 위험 회피를 위해 타인과의 관계에 일정한 방어선을 치는 것으로, 보편적인 인간 심리다. 하지만 한국인은 주관적인 유사 가족의 경계를 중심으로 방어선 안쪽과 바깥의 사람들에 대한 차이, 차별이 심한 편이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4차 산업혁명과 초연결 시대의 일, 작업 환경, 관계맺기의 방식은 SNS나 디지털 네트워크의 속성을 따른다. 이 시대에는 낯선 사람들과 대면, 비대면으로 만나고 협력하고 일하는 것이 더욱 일상화될 뿐만 아니라 이런 방식이 물질적 부와 정서적 가치 창출의 모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적응과 적자생존의 관점에서 관계맺기에 대한 우리의 관성적 인식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소셜네트워크서비스#스마트폰#심리적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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