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D]퇴근 후 카톡으로 지시받고 일하면 야근으로 쳐주나요?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2월 3일 13시 37분


노무사 안태은의 ‘직장에서 살아남기’ 꿀팁


구 기자> 안녕하세요, 노무사님. 노무사님은 직원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지시를 자주 하세요?


안태은 노무사> 저는 오후 6시가 넘어가면 일절 연락을 안 해요.

구 기자> 그럼 단체 카톡 채팅방 같은 것도 없어요?


안태은 노무사> 제가 그런 걸 별로 안 좋아해요. 퇴근 후에는 회사와 완전히 차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구 기자> 와, 좋은데요. 하지만 오늘의 사연은 그렇지 못한 직장인들이 보내온 내용입니다. 상사가 카톡으로 한밤중에, 혹은 주말에 연락하면 일을 해야 할 상황이 생기는데 이럴 때 퇴근 후라는 이유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느냐.


안태은 노무사> 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한국 사회에서 평범한 직장인이 그렇게 강단 있게 행동하기가 쉽지 않겠죠.

구 기자> 그래서 질문을 조금 바꿔보자면, 그런 상황에서 일을 하면 야근으로 볼 수 있는지 궁금한데요. 야근으로 봐야겠죠? 야근수당 청구는 쉽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요.

안태은 노무사> 일단 근로시간이 정확히 뭔지부터 짚고 넘어가 볼까요. 근로시간은 한 마디로 내 맘대로 사용할 수 없는 시간이에요. 사업장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잘 수 없고, 밥 먹을 수 없는 시간들 말이죠.

구 기자> 회사에 있는 동안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아예 없지 않나요?


안태은 노무사> 있어요. 그게 휴게시간이죠. 법적으로 4시간 근로 시 30분 이상, 8시간 근로 시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주게 돼 있어요. 일반적인 회사가 9시에 출근해 18시에 퇴근하면 9시간인데, 8시간 근무라고 하는 게 보통 점심 1시간을 무급인 휴게시간으로 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휴게시간이 무조건 길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요. 그동안 사업자와 근로자 간 휴게시간을 두고 다툼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마트에 손님이 없어서 가만히 서 있는 시간, 미용사가 손님이 없어서 앉아있는 시간 등과 같이 겉보기에 해야 할 일을 안(못)하는 시간이 있어요. 이런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볼지에 대한 다툼이죠.

구 기자> 그 시간에는 일하고 싶어도 못 하잖아요. 근로자가 맘대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 시간에 다른 걸 해도 되나요?


안태은 노무사> 안 되죠. 이런 시간을 대기시간이라고 하는데 근로시간으로 봅니다. 2012년 근로기준법 제50조 3항에서 근로시간을 산정하면서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해 그동안의 논란이 법적으로 정리됐어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문제는 근로자가 생각하는 근로시간과 사업주가 생각하는 근로시간이 다르다는 건데요.

구 기자> 맞아요. 그러니까 저런 질문들도 나오는 거겠죠.

안태은 노무사> 한 번 적용해볼까요.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무조건 근로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지레짐작으로 ‘이건 아니야’라고 생각할 필요 없어요. 그런 시간이 생기면 야근수당을 청구하는 거죠. 청구하고, 아니면 수당을 받지 않으면 그만이에요. 시간 외 수당은 법적으로는 연장(일 8시간 , 주 40시간), 야간(22시~06시), 휴일근로수당 총 3가지를 의미해요. 각각의 요건에 해당되면 각각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서 주게 돼 있어요.

구 기자> 각각이요?

안태은 노무사> 예, 전부 각각. 그러니까 위 3가지에 해당되는 시간대를 내 맘대로 사용할 수 없다면 기본적으로 시간 외 수당을 청구할 수 있죠. 워낙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이 많다 보니 지난해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이 국회에서 발의된 상태인데요. 근로기준법 제6조에 2항(근로자의 사생활 보장)을 신설해 ‘사용자는 이 법에서 정하는 근로시간 이외의 시간에 전화(휴대전화를 포함한다), 문자 메시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각종 통신수단을 이용하여 업무에 관한 지시를 내리는 등 근로자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 것이죠.

구 기자> 직장인이 퇴근 후 회사와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거군요.


안태은 노무사>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근로기준법이 만들어진 게 1950년대인데, 그때는 2차 제조업 중심으로 만들어진 법이었어요. 그 당시에는 공장을 돌릴 때라서 사용자가 업무를 지시할 때 근로시간이나 휴게시간 등을 비교적 명확하게 나눌 수 있었거든요. 일터를 나가면 더 이상의 업무는 없는 게 당연했고요. 근데 지금은 아니죠. 항상 일일일. 이제 시대가 바뀌었으니 거기에 맞게 법도 개정돼야 하는데 늦어지고 있죠.

구 기자> 저 법이 통과되면 전국의 직장인들이 퇴근 후 ‘카톡 지옥’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요?

안태은 노무사> 아아,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법이 통과돼도 바로 야근수당을 청구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앞서 말했듯 야근은 맞지만 수당 청구는 현실적인 문제라 철저히 준비하셔야 해요.

구 기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어떻게 준비하면 되죠?

안태은 노무사> 실제 수당 청구사건의 핵심 쟁점은 ‘근로시간의 길이를 입증할 수 있느냐’이거든요. 카톡으로 업무지시를 받았는데 몇 시간짜리 업무인지는 모르잖아요. 집에서 나 혼자 10시간 동안 일요일까지 반납해가며 일했는데 입증하지 못하면 수당을 청구할 수 없죠. 그래서 전 상담 오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수당 청구는 시효가 3년이니까 증거를 다 모아두었다가 퇴사하고 청구하시라고요. 다만, 법이 통과되면 사회적인 인식이 바뀔 것이고 아예 카톡으로 지시하지 않는 문화가 형성되겠죠. 천천히 바뀌어 나가리라고 생각해요. 시키는 사람도 일하는 사람도 다들 살기 힘들잖아요.

구 기자> 직장인의 ‘칼퇴’ 후 진정한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서라도 얼른 법부터 통과되면 좋겠네요.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노무사#안태은#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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