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올해 초등학생에 입학하는 조카를 만났습니다. "예비소집일 날 학교에 가서 교실을 둘러보고 의자에 앉아봤다"고 벌써부터 자랑을 하더군요. 30년 전 그맘때 생각이 났습니다.
필자는 80년대 후반 수도권의 한 국민학교에 입학했습니다. '1학년 8반 56번'이었습니다. 1학년은 12반까지 있었고, 우리 반은 65여 명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 주는 오전, 한 주는 오후에 학교에 갔었지요. 2부제 수업을 하던 시절입니다.
조카는 '1학년 2반 3번'입니다. 1학년은 6반까지 있고 한 반은 25명이라네요. 2부제 수업은 없습니다. 주 5일, 오전 9시까지 등교합니다. 하나 더 다른 점은 필자는 국민학교, 조카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겁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1963년 전국 초등학교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65.2명이었습니다. 필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88년은 42.5명. 지난해 학급당 학생 수는 22.4명입니다. 이 수치는 전국 초등학교 평균이며 대도시 사정은 다릅니다.
1976년 9월 당시 문교부는 "77학년도부터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초등학교의 과밀학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저학년의 2부제 수업을 확대해 학급당 학생수를 70명 이하로 줄인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전국 초등학교 총학급수는 9만9400 학급이었죠. 이중 학급당 학생수가 법정정원인 60명 이하인 학급은 6만4326 학급(65%)이었습니다. 1만7700여 학급(18%)은 학급당 학생 수가 70명 이상이었습니다. 서울의 경우 1만1530학급 중 60명 이하 학급은 35학급(0.3%), 부산은 4439학급 중 54학급(1.2%)으로 거의 모두 과밀학급이었죠.
1978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독산초등학교 2학년 5반 학생 수는 104명. 우리나라 최초로 학급당 학생 수 100명을 넘긴 기록이며 최고의 '콩나물 교실' 기록입니다. 이 학교의 2학년은 총 8학급으로 반마다 학생 수는 102~104명이나 됐다고 합니다.
본보 1978년 7월 8일자 기사 ''콩나물교실'도 한계점'에 따르면 "2학년 5반의 앞자리 어린이는 흑판 바로 앞까지 자리가 좁혀진 바람에 흑판 글씨를 잘 볼 수 없는데다 분필가루가 머리에 떨어진다고 야단이었다. 뒷자리 어린이들은 교사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책상사이 통로는 비좁거나 거의 없어 쉬는 시간이면 아예 책상 위를 뛰어넘어 교실 밖으로 나갔고 담임선생님은 아이들 이름을 다 외우지 못해 '얘' '너'라고 불렀다네요.
얼마 전 한 언론에서 서울의 '콩나물 교실'을 보도해 화제를 모았죠. 소위 학원과 학군이 좋다고 소문난 서울 '강남 3구'에 학생이 몰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16년 서울시 초등학교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23.4명. '강남 3구'에 속하는 서초(26.5명) 강남(25.3명) 송파(23.8명)구는 모두 평균보다 많은 학생이 몰렸습니다.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도곡초등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 37.5명으로 서울 최고의 '콩나물 교실'을 차지했죠. 강남구의 도성초(36.9명) 언북초(36.1명)가 뒤를 이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초등학교 학급당 26명이 넘으면 '과밀학급'으로 분류합니다.
65명의 친구들과 한 교실을 썼던 필자는 요즘 초등학교 이야기를 듣고 핵가족화의 현실에 씁쓸했습니다. 친구 25명과 한 교실을 쓸 조카는 옛날 국민학교 이야기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군요.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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