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있는 국내 중소기업의 산파 역할을 하고 있는 기술보증기금(기보)이 최근 ‘12번째 선장’을 만났다. 기보는 기업의 기술을 심사·평가해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금융위원회 산하 정부출연 기관으로 1989년 부산에서 문을 열었다. 중소기업의 기술보증지원과 벤처기업 사업지원과 기업인증 기술이전사업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지금까지 보증 규모는 280조 원에 이른다.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는 만큼 기보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지난달 취임한 김규옥 신임 이사장(56)은 고향이 부산으로 혜광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84년 27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에 입문했다. 기획재정부 예산총괄심의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기획재정부 대변인,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어 2014년 8월부터 2년 4개월간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재직했다.
최근 부산 남구 본사에서 만난 김 이사장은 고향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기보가 곧 30년 되는 부산의 향토기업이란 걸 모르는 부산 시민이 많은 것 같다”며 “침체된 부산 경제의 활력소가 돼 시민에게 사랑받는 향토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7월 BNK금융지주 부산은행과 맺은 ‘부산경제 활성화를 위한 원스톱 보증 금융지원 협약’을 소개했다. 이는 지역의 기술혁신 기업과 지식문화산업 업체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사업이다. 기보의 기술평가를 활용해 지방자치단체 정책자금을 원스톱으로 지원해 기업을 돕는 보증 프로그램이다. 부산을 포함해 전국 14개 지자체와도 협약을 맺고 추진 중인데 지난해 1000억 원의 지원액 중 부산 기업에 지원한 비율이 30%를 웃돌았다. 그는 “부산의 산업 기반이 과거에 비해 약해진 건 사실이나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 및 뛰어난 아이디어를 지닌 창업자들을 통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기보가 든든한 힘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기보는 또 2015년 7월 부산에 기술융합센터를 신설했다. 이 센터는 혁신적인 기술이 필요한 중소기업이나 창업자에게 연구소 및 대학 등에서 개발한 기술을 이전시켜 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곳이다. 기술이전과 기술사업화 단계에 필요한 자금은 기보의 기술보증을 통해 지원한다. 서울과 대전, 대구에 이어 전국 네 번째다.
김 이사장은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기보의 문을 적극 두드려 달라고 강조했다. 기보는 연간 신규보증 금액의 50% 이상을 기술창업기업에 지원하고 있다. 1997년 국내 최초로 기술평가시스템을 도입한 기보는 현재 국내 최고의 기술 금융 기관으로 성장했다. 그는 “기업 심사는 그 나름의 툴(tool)이 있지만 원칙적으론 기술력과 시장성 성장성을 균형적으로 보려 한다”며 “현재 7년 이하 스타트업 기업에 50% 이상의 자금을 지원 중이지만 향후 70% 이상 지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예비 창업자에게도 같은 내용을 주문했다. 기보는 창업 후 5년 이내 실제 창업을 준비 중인 예비창업자에게 창업자금 지원 규모와 가능성을 창업 전 미리 제시해주고 창업 즉시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사전보증’을 지원하는데, 우수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6개월 이내 창업할 예정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지원받을 수 있다. 최대 5억 원 이내에서 이자 부담 완화 등을 위한 100% 전액보증을 지원한다. 기보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15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지원했다. 김 이사장은 “기술력 높은 중소기업과 창업자들의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