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경기 오산시 오산한국병원.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메타폴리스 단지 내 부속 상가 화재로 숨진 이모 씨(62) 부인이 남편의 시신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오열했다. 이 씨는 화재가 발생한 놀이시설 ‘뽀로로파크’ 철거업체 현장소장이었다.
평소 일하다 전화를 받지 못할 때면 ‘어 전화했었네?’ 하고 다시 연락하는 남편이었지만, 이날은 아니었다. 이 씨는 이날 상가 관리사무소 직원 등 9명과 한창 작업 중이었다. 쉬는 시간을 틈타 동료들과 흡연 공간에서 담배를 태우던 이 씨는 곧 점포 내부에 연기가 치솟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본 동료들은 점포 안으로 선뜻 들어가지 못했다. 그때 이 씨가 옆에 있던 소화기를 챙겨들곤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생존한 동료들이 기억하는 이 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이 씨의 부인과 두 딸은 “현장소장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홀로 뛰어들었을 것”이라며 “무릎관절 수술로 다리도 성치 않은 아버지가 어떻게 불길에 뛰어들었대…” 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이 씨와 함께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정모 씨(49) 유족들도 망연자실했다. 일용직 노동자였던 정 씨는 평소 배달 일에 고물 수집까지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의 유가족들은 “혼자 생계를 책임지려 쉬지 않고 일했는데 불쌍해서 어쩌냐”며 애통해했다.
평범한 한 가정의 딸도 화마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뽀로로파크 건너편 두피클리닉에서 일하던 직원 강모 씨(27·여)였다. 강 씨의 남동생은 “화재가 났다는 뉴스를 보고 누나에게 ‘괜찮냐’고 카톡을 보냈다. 우리 누나에게 일어난 사고인지 몰랐다”며 울었다. 가족들에게 강 씨는 착하고 다정한 딸이자 누나였다. 강 씨의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말썽부린 적 없는 장한 딸이었다”며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일을 시작하며 악착같이 살았던 아이”라고 말했다. 강 씨의 이모부는 “화재가 나던 날 엄마한테 ‘오후 5시에 퇴근하면 같이 삼겹살 먹자’고 말했다던데 이게 마지막 인사였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두피 마사지를 받으러 왔다 사망한 강모 씨(44)는 초등학생 아들 둘을 둔 평범한 회사원이다. 강 씨의 부인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에 예약된 일정이었다”며 “그날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했는데, 가지 말라고 할걸 너무 후회된다”고 말했다.
화성과 수원, 오산 등 3개 병원에 안치된 시신들은 부검이 끝나는 대로 오산장례식장으로 옮겨져 빈소가 차려질 예정이다.
댓글 1
추천 많은 댓글
2017-02-06 09:14:14
석유화학제품이 타면서 내는 연기는 설사 검은색이 아니더라도 산소 제로를 뜻한다. 물속에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흔히 영화에는 불속에서도 주인공들이 잘도 돌아다니더라마는 그런 모습들이 현실속의 우리를 오도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을것이다.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