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항체형성 97.5%는 사실상 검사참여 농가비율로 드러나
잘못된 백신접종 수치 알면서도 국제수역사무국에 방역근거로 보고
국민에 “확산 위험 없다” 허위홍보
충북 전북에 구제역이 발병한 데 이어 수도권인 경기 연천군에서도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감염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백신 접종 통계가 엉터리로 작성됐는데도 이를 국제사회에 방역 근거 자료로 보고하고, 국민에게 “확산 위험이 없다”고 홍보한 사실도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 연천군의 한 젖소 농장(114마리)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현장 간이검사에서는 양성반응이 나왔다. 경기 지역은 전국 젖소의 40%(16만2621마리)를 키우는 최대 산지다.
첫 발생 농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의심신고가 잇따라 접수되면서 전국적인 확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이날 “충북 보은군과 전북 정읍시 농가는 120km나 떨어져 있는데도 같은 유전자형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연천과 보은도 200km 정도 떨어져 있지만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정부는 엉터리 통계로 방역대책을 세워 놓고 제대로 된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 농가 1곳당 소 1마리만 검사해 백신항체가 있으면 해당 농가는 100%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간주하는 식이다. 97.5%는 당초 정부 발표대로 전국 소의 대부분이 항체를 갖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대부분의 농가가 검사에 참여했다’는 의미일 뿐이었다.
이에 대해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정부 통계가 모든 소 개체수의 항체 형성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건 사실이다”면서도 “정부가 추진한 백신 접종이 대부분의 농가에서 시행됐음을 보여준다”고 해명했다.
통계 표본으로 사용된 소도 무작위로 선택된 게 아니었다. 박 본부장은 “표본 소를 농장주가 직접 고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과태료 등을 피하기 위해 항체가 형성된 소를 표본으로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비유하자면 보건 당국이 건강한 사람들만 골라 검사한 뒤 ‘전 국민이 건강하니 안심하라’고 발표한 셈이다. 게다가 이 같은 문제를 알았으면서도 정부가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얻으려고 이 수치를 국제수역사무국(OIE)에 제출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백신 접종 후 항체형성 시기와 잠복기까지 감안하면 앞으로 2주일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농식품부가 14일까지 전국의 소 312만 마리 모두에게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농협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20일까지 전국 86개 가축시장을 임시 휴장한다.
한편 6일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신고가 접수됐던 전북 김제시의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에서 H5N8형 바이러스가 8일 확인됐다. H5N8형은 2014∼2015년 전국을 휩쓴 유형으로, 올 겨울 들어 야생 조류가 아닌 농가 닭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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