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채취후 고등어 어획량 급감” 어업-수산업 단체 어제 해상 시위
건설업체는 채취 허가 연장 요구, 정부 합의점 못찾고 갈팡질팡
경남 통영에서 동남쪽으로 70km 정도 떨어진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의 바닷모래를 채취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어민단체와 건설업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대형선망수협 등 어업·수산업 단체들은 15일 오전 7시 부산 서구 공동어시장 앞에서 어선 100여 척을 동원해 ‘남해 EEZ 모래 채취 반대’ 해상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에는 대형기선저인망, 근해통발, 멸치권현망수협, 전국해상산업노조, 전국트롤선원노조, 부산항발전협의회 같은 전국 어업·수산업 관련 30여 단체가 참가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정부가 2008년부터 남해, 서해 EEZ에서 모래 채취를 허가한 이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고등어 어획량이 2008년 14만7945t에서 2015년 8만9010t으로 40%가량 급감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강모래 준설이 불가능해지자 2008년부터 남해, 서해 EEZ 두 곳에서 모래를 채취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두 EEZ에서 채취된 모래는 총 1억495만 m³로 20t 덤프트럭 312만 대 분량이다. 이는 국내 건설용 모래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남해는 어민의 반발로 지난달 15일부터 모래 채취가 전면 중단됐지만 서해 EEZ(군산 서남쪽 90km 거리)에선 아직도 채취가 이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08년 이후 4차례 연장해온 남해, 서해 EEZ 모래 채취를 2020년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다 어민의 반발로 보류한 상태다.
이에 앞서 8일 부산 서구 공동어시장 앞에서 허가 연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도 한 어민들은 △공유수면 점유 및 사용료로 지방자치단체 수입 확대를 위한 법령 개정 △연안오염 실태조사 △불법 과다 채취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 △수자원 변동사항 추가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건설업계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부산과 경남 양산, 김해 레미콘 업체 50곳은 11일부터 14일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레미콘 업체들은 지난달 15일 남해 EEZ 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된 이후 서해 EEZ 모래와 암석분쇄모래(샌드밀)로 연명했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사실상 골재 수급을 못 하는 실정이다.
부산의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남해 EEZ 모래보다 배 이상 비싼 서해 EEZ 모래로 관급공사와 민간 아파트 공사장에 적자를 보며 레미콘(회반죽)을 공급했지만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레미콘 공급이 중단되면서 공사 현장도 연쇄적으로 멈춰서고 있다. 부산레미콘조합은 17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남해 EEZ 바닷모래 채취 기간 연장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채택해 국토부와 해양수산부에 보낼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해수부와 어민, 수산단체, 레미콘 업계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열었으나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김금조 경남도 해양수산과장은 “남해안 어업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 이번 사태의 진행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지역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 부처에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통영 출신으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서울 강남을)은 13일 강호인 국토부 장관에게 남해 EEZ 바닷모래 채취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수산업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 의원은 “건설업을 위한 바다 골재 채취는 이해하지만 어민 희생이나 수산자원 훼손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