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육아, 행복한 아이]“잠재력 키우려면 아이 방식대로 놀게 놔두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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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반응하는 부모가 되는 법

《‘낳으면 애는 저절로 큰다’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모성애나 부성애는 저절로 생길지 몰라도 아이가 타고난 능력을 잘 발휘하려면 엄마·아빠가 육아를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 한솔교육의 교육부 인가 평생교육원 ‘한솔미래교육아카데미’와 함께 2∼6월 매달 육아법을 알아본다.

이달 강의는 2월 15일 서울 마포구 한솔교육 본사에서 이뤄졌다. 김정미 한솔미래교육아카데미 원장(전 백석예술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이 진행했다. 다음은 △3월 23일 ‘언어 발달’ △4월 19일 ‘놀이 지도’ △5월 19일 ‘잔소리 없는 육아’ △6월 21일 ‘독서가 답이다’를 주제로 이뤄진다. 한솔미래교육아카데미 홈페이지(academy.eduhansol.com)에서 신청하면 된다.》
 

엄마: 우와∼ 여기 재미있는 장난감 참 많구나. 뭐부터 갖고 놀까?

지훈: (뽀로로 인형과 숫자가 적힌 주사위를 보고 웃음)

엄마: 책 읽어 볼까?

지훈: 와∼ 뽀로로다. 에디도 있어. 패티도 있어.

엄마: (책을 포기하고) 주사위 던져볼까?

지훈: 1은 뽀로로야.

엄마: 아니, 우리 주사위 한번 던져보자. 주사위는 던지는 거야.

지훈: ….

○ 아이의 방식대로 하기

엄마는 만 3세 지훈이와 재미있게 놀아주려고 했다. 억양도 유치원 선생님처럼 생기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반응이 없다. 이번에 엄마는 주사위 놀이를 포기했다. 그 대신 지훈이가 이끄는 대로 반응하기로 했다.

엄마: 그래, 뽀로로지?

지훈: 응, 뽀로로. 6은 에디야.

엄마: 6에는 에디가 있네.

지훈: 응, 5는 포비, 5는 피아노 쳐.

엄마: 응? 맞다, 뽀로로에서 포비가 피아노 쳤지?

지훈이가 신났다.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과 놀이 방식에 엄마가 반응한 덕분이다. 숫자와 캐릭터를 연결시킨 지훈이는 포비가 만화 뽀로로에서 피아노 치는 모습을 떠올리고 “5는 피아노 쳐”라며 사고를 확장시키기도 했다.

부모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적합한 놀이를 알려주려 한다. 물건의 원래 기능에 맞는 사용법을 말해줘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부모가 판을 깔아주고 방향을 안내하면 아이는 능동적이거나 창의적일 수 없다. 아이가 생각한 방식대로 놀도록 지지해 주자.

만 2세 현수는 또래보다 말이 서툴고 친구들과 잘 놀지 못한다. 만약 당신이 현수의 엄마·아빠라면 아이에 대해 뭐라고 말할까? “학습지를 2배로 시키면 될까요?”라거나 “아직 시기가 안 됐지만 자기 방식으로 소통을 해요”라고 말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의 부모는 아이에게 사과 그림을 보여주며 “사∼과∼”, “사과 주세요”라는 말을 반복한다. 아이가 잘 따라 하면 칭찬하거나 사탕을 준다. 하지만 두 번째 유형 부모는 아이가 “따까”라고 발음해도 함께 “따까”라고 말한다. 그리고 마트에서 사과를 사면서 “사과”라고 이야기한다.

아이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건 두 번째 유형의 부모다. 이런 부모는 아이가 무엇에 흥미를 보이는지 관심을 갖고 함께 상호작용할 줄 안다. 아이는 자신이 관심 있는 것에 부모가 반응하면 더 오래 관심을 둔다.

○ 아이의 시작을 기다려주기

현명한 부모는 모든 일의 시작을 아이가 하게 한다. 이제 겨우 블록을 쌓는 아이에게 엄마가 성을 만들면서 “봐봐, 멋있지!”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아이는 자기 수준에 맞는 활동을 할 때 스스로 반복한다. 또 자신이 능동적으로 이끌어갈 때 집중한다. 학습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된다. 부모는 그저 아이의 행동에 즉각 반응을 보이면 된다.

기다림은 부모의 필수 조건이다. 12개월 아기가 실로폰 앞에서 가만히 있다고 엄마가 손을 잡아 실로폰을 치게 하지 않아도 된다. 김 원장은 “자꾸 질문하며 채근하지 말고 아이가 스스로 말하고 행동하도록 기다려줘야 한다”며 “발달 속도는 저마다 다르니 옆집 아이와도 비교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반응육아는 마음을 먹어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부모가 커피 한잔의 여유를 포기하고, 재밌지도 않은 터닝메카드 장난감을 능숙하게 다뤄야만 하는 게 아니다. 아이와 목욕을 하거나 밥 먹을 때, 눈이 마주쳤을 때 바로 미소 짓거나 크게 반응해 주자. 육아는 하루 1시간이 아니라 24시간 해야 한다. 엄마·아빠가 편하게 생각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놀이는 아이의 일이고, 모든 계획은 아이에게 있다. 아이도 말 많이 하며 놀아주는 부모보다 자신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걸 좋아한다. 아이와 놀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부모여도 괜찮다. 하루 5분이라도 부모가 아이에게 ‘얼마나 잘 반응해줬느냐’가 ‘무엇을 해줬느냐’보다 중요하다.

김 원장은 “아무리 좋은 학원을 보내도 자녀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부모”라며 “함께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은 부모가 아이의 잠재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육아#반응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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