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듬고 나누며 악몽은 지워가도, 그리움은… 마우나리조트 참사 3년
300회 방문치료 김지훈 교수
《 3년 전 2월 17일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에 있는 체육관 지붕이 무너졌다.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체육관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부산외국어대 학생들이 있었다. 이 사고로 학생 9명을 비롯해 10명이 숨졌다. 딸을 잃은 아버지는 얼굴도 모르는 먼 나라의 아이들을 위해 유치원을 세워 아픔을 극복하고 있다. 하루도 병원을 떠나지 못한 어머니는 아름다운 캠퍼스를 걷는 딸의 모습을 꿈꾸고 있다. 한 의사는 같은 학교 출신도 아니지만 3년 내내 상처 입은 학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나눔과 희망 동행을 통해 조금씩 아픔을 치유하고 있는 피해자들을 만났다. 》
당시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다가 가까스로 참사를 피한 학생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참가하지 않은 학생들 역시 친구와 선후배의 죽음에 상처를 입었다. 참사 직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 대상자는 1000여 명이나 됐다. 부산시와 교육부는 재난심리지원센터를 마련하고 집중 치료를 시작했다. 다행히 많은 학생들이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 있었던 학생과 행사를 준비한 학생회 간부 등 수십 명의 상태가 심각했다. 이 소식을 듣고 부산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김지훈 교수(50)가 부산외국어대를 찾았다. 김 교수는 “처음 학교를 찾았을 때 환자 규모와 상태가 너무 심각해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큰 사고였지만 얼마 뒤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너무 빨리 멀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교수 등 3명으로 이뤄진 진료팀은 사례비는 물론이고 부산외국어대 측에서 미안한 마음에 건넨 교통비조차 피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사양했다. 함께하던 교수 2명이 세월호 참사 관련 치료에 투입되면서 김 교수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그는 진료와 강의가 아무리 많아도 매주 두 차례씩 부산외국어대를 찾았다. 지금까지 300회가 넘는 방문치료를 진행했다. 심한 우울증으로 폭음하거나 자해를 기도한 학생, 학교 강당에 한발도 들여놓지 못하던 학생 등이 있었지만 서서히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아직 학생 3명이 김 교수로부터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김 교수는 “사고 당한 1학년 학생들에게 졸업할 때까지 계속 치료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아직 고통받는 학생들이 있는 만큼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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