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조 제안하며 고압적 지시… 檢 ‘국정개입 녹취록’ 추가 공개
정윤회 문건 유출 당시 朴대통령, 정호성에 “최순실과 통화 줄여라”
“재외공관, 대사관한테 다 ‘이런 기조로 해라’ 딱 이렇게 내려보내셔야 해. (청와대) 제1부속실에서 하는 게 그런 일이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정호성 전 대통령 제1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에게 고압적인 말투로 청와대 업무를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통화 녹취록이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공개됐다. 검찰은 법정에서 이 녹취록에 대해 “민간인인 최 씨가 ‘경제 부흥’을 국정 기조로 제안하면서, 그 같은 내용을 내려보내는 것이 제1부속실의 업무라고 지시할 정도로 국정 전반에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날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최 씨에게 각종 기밀 문건을 제공하고 최 씨가 국정에 개입한 추가 증거를 공개했다. 최 씨에게 유출된 문건 중에는 ‘민정수석 통화 시 지시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도 포함됐다. 이 문건에는 “군 내부에서 특정 파벌이 김병관 장관 내정자 취임을 막기 위해 내부 정보를 흘리는가 하면 장성 보직을 둘러싼 싸움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3월 곽상도 당시 민정수석에게 지시한 민감한 내용이 담긴 A4용지 한 장짜리 문건이 최 씨에게 고스란히 빠져나간 것이다.
최 씨는 청와대가 집권 초반 각 부처에 ‘낙하산 인사를 가려내라’고 극비리에 지시한 내용이 담긴 문건도 받아봤다. 검찰이 공개한 ‘11차 국무회의 비공개 회의 시 부처별 지시사항’ 문건에는 “임기가 만료된 기관장이나 전 정부에서 퇴임한 낙하산 인사를 가려내 제대로 인사할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검찰은 “외부에 알려질 경우 정부 정책에 대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비밀로 해야 할 가치가 충분한 자료”라고 지적했다.
2014년 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이른바 ‘정윤회 문건’이 유출됐을 때, 박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에게 “최 씨와 통화하는 횟수를 줄이라”고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당시 정 전 비서관은 문건 유출로 벌어진 곤란한 상황을 이야기하며 “최 씨에게 자료를 보내 의견을 받는 일을 그만두자”고 건의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도 정 전 비서관의 설명에 수긍하면서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박 대통령 역시 최 씨에게 문건을 전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은 “그 후에도 최 씨의 의견을 들어온 것은 사실이며 다만 그 빈도는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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