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부터 스타트업 육성 동문 투자자들이 후배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8일 03시 00분


[선순환 창업 생태계 구축한 연세대]벤처창업 해마다 쑥쑥… 작년 31건

연세대는 지난해 4월 벤처기업 투자자 동문 200여 명과 창업을 희망하는 재학생들의 만남을 주선했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을 결심하더라도 초기 자금 확보가 어려운 ‘스타트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준비한 행사다. 재학생 창업(준비)자 80여 명이 창업 아이템을 소개했고 즉석에서 투자자의 자금 유치 의향서를 받기도 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서로 믿을 수 있는 동문 간 투자로 창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세대가 동문까지 총동원해 재학생에게 창업을 장려하는 토대는 1999년 설립한 ‘연세대 창업지원단’이다. 2002년 창업지원단은 산하에 학생창업벤처센터를 두고 스타트업 육성에 나섰다. 이곳을 거쳐 창업한 425개 기업 가운데 16개는 코스닥에 상장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리는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26개 창업 강좌를 개설해 1300여 명의 학생이 수료했다. 현재 학생창업팀 54개가 회사 설립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창업 건수도 2015년 15건, 2016년 31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재학 중 창업을 하면 ‘창업 휴학’(최대 3년)과 ‘일반 휴학’(최대 2년)을 더해 5년까지 휴학할 수 있어 졸업 부담을 줄인 것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총장은 “최근 기술보증기금이 연세대를 비롯한 5개 대학에 벤처투자기금 3000억 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자금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됐다”며 “창업을 장려하는 분위기 속에 지난해 학부생들로 이뤄진 16개 팀이 창업했고, 앞으로 급증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재학생인 정보산업공학과 06학번 김동호 씨(30)는 지난해 4월 사업자 금융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신용데이터’를 창업했다. 처음에는 정보기술(IT) 벤처를 창업해 5년 정도 운영하다 덩치가 커지자 전문경영인을 둔 다음 새로운 사업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김 대표는 “학교 창업지원센터가 업계 관계자들을 소개해줘 초기 자금을 펀딩 받을 수 있었다”며 “센터에서 쌓아놓은 네트워크가 창업 생태계에서 살아남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창업해 연간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사장님’도 있다. 화장품 업체 ‘에이프릴스킨’의 김병훈 대표(29·경영학과 07학번)는 지난해 매출 350억 원을 올렸다. 직원은 100명이 넘는다. 사업자등록을 마친 2014년 10월 천연비누 판매를 시작으로 이제는 온라인 쇼핑몰을 기반으로 화장품을 판매한다. 김 대표는 “창업 초기에 학교 창업지원센터가 투자자들을 소개해주고 사무실 공간을 제공하는 등 많은 뒷받침을 해줬다”고 말했다.

최고야 best@donga.com·황하람 기자  
#연세대#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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