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농단’ 불거진뒤 검찰 간부들과 연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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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현직검사, 수백회 통화-문자
특검, 우병우 영향력 행사여부 수사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사진)이 업무용 휴대전화로 검찰 간부 등 사정라인 관계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박영수 특별수사팀의 수사 결과 드러났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지난해 10월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도 검찰 간부들을 접촉해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수사 방향을 제시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지난해 7∼10월 우 전 수석의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법원에서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으로 확보해 분석 중이다. 우 전 수석은 이 기간에 업무용 휴대전화로 2000여 차례에 걸쳐 통화 또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 중 상당수는 우 전 수석이 총괄하던 민정수석실 관계자들과의 연락이었지만 법무부, 검찰 간부와 연락한 횟수도 최소 수백 차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법무부 검찰 관계자들과 주고받은 연락 가운데 수사에 개입한 정황 등 부적절한 것이 있는지 확인 중이다.

당시는 우 전 수석 처가의 부동산 거래 관련 의혹 등이 불거져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졌던 때다. 검찰 안팎에서는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 자리에 앉아서 자신에 대한 수사 상황을 보고받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특히 지난해 10월엔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배경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의 초기 대응은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검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1차장 산하 말석 부서인 형사8부에 배당했고 강제수사 착수도 주저했다. 이 때문에 “우 전 수석이 수사를 지휘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실제로 국정 농단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우 전 수석이 법무부 검찰 간부와 부적절한 접촉을 하고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나면 이는 검찰 수뇌부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

한때 우 전 수석의 통신 기록을 토대로 법무부 검찰 간부들을 조사하는 방안도 특검 내부에서 검토됐다. 하지만 현직 검찰 간부들이 수사에 자발적으로 협조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데다 제한된 수사 기간 내에 사건을 끝내기 위해서는 쉬운 수사부터 먼저 하자는 의견이 우세해 뒤로 미뤄 놓았다고 한다.

특검은 1차 수사 기한(2월 28일) 연장이 끝내 불발되면, 우 전 수석을 기소하지 않고 사건 기록을 고스란히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검찰이 사건을 넘겨받으면, 그동안 특검법에 포함이 안 됐다는 이유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우 전 수석의 수임 비리 등 개인 비리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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