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한국이 처음으로 유치했던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모두 4명이 필즈상을 받았다.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은 뛰어난 성과를 낸 40세 이하 수학자를 선정해 4년마다 시상한다. 수상자 4명 중 마리암 미르자하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여러 점에서 이채로웠다. 이란 출신인 그는 여성 최초로 필즈상 수상자가 됐다. 또 이슬람권 여성 수학자로는 처음으로 ICM 기조강연자로 초청받았다. 그가 귀띔해준 수학 잘하는 비결은? 싱겁게도 ‘자신감’이었다.
▷우리 일반고에서 수학 시간이면 학생의 절반 가까이가 아예 엎드려 잠을 잔다. 이른바 ‘수포자(수학포기자)’들이다.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마친 상위권 서너 명은 딴짓을 한다. 수학 교사들은 일부 중위권 학생들에 맞춰 강의하지만 잠을 자지 않는 것이 고마울 뿐이다. 수학 공교육이 이 지경인데 미르자하니 교수 말대로 “부모와 교사가 수학을 잘한다고 칭찬을 많이 해 동기를 부여하라”는 방법론이 적용 가능할지 의심스럽다.
▷대입 수학에 대비하는 최고의 비법은 ‘제한된 시간에 많은 문제를 실수 없이 빠르게 푸는 것’이다. 유명 학원 ‘일타’ 강사들의 설명회를 가 봐도 ‘무한 반복’ 학습법을 재삼재사 강조한다. 문제를 보는 순간 유형을 파악하고 자동인형처럼 풀이법이 떠오를 정도로 기출문제를 풀고 풀고 또 풀라는 것이다. 수학이 생각하는 학문이고 공부 자체가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는 말은 적어도 대입 준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수학 공부가 단순 반복 학습으로 굳어지면 나중에도 고치기 힘들다. 김정한 고등과학원 교수는 한 명문 사립대 교수로 부임해 첫 시험을 치른 뒤 학생들이 “정해진 유형에만 강할 뿐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낙담했다. 학생들이 가장 어렵고 복잡한 문제는 풀었지만, 중학생 수준에서 생각하면 풀 수 있는 문제는 대부분 틀렸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 수학 교육이 이제 붕괴 직전의 낭떠러지에 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실이 이런데 수학이 핵심 요소인 4차 산업혁명에서 한국이 앞서가길 바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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