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0, 30대 여성 2명 중 1명은 결혼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나이대 여성의 미혼 비율이 5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산, 육아 등에 따른 기혼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가 풀리지 않은 데다 경기 침체로 결혼 여건을 마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저출산과 맞물려 신생아 감소 추세가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27일 통계청의 ‘여성·출산력·아동 주거실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20, 30대 여성 663만 명 중 미혼자 비율은 55.2%(366만 명)였다. 2010년(47.8%)보다 7.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이 연령층 미혼율이 50%를 넘어선 것은 일제강점기 한반도에서 인구주택총조사가 처음 실시됐던 1925년 이후 90년 만에 처음이다.
미혼 비율이 이처럼 높아진 건 결혼적령기로 꼽히는 30∼34세 인구의 미혼 비율이 5년 새 29.1%에서 37.5%로 8.4%포인트나 높아진 영향이 컸다. 25∼29세의 미혼율도 8.0%포인트 상승했다.
결혼을 미루거나 꺼리는 사람이 늘어 출산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지난해 기준 1.17명으로 전년(1.24명)보다 0.07명 줄었다. 주 출산 연령층인 20∼39세 여성 인구도 2010∼2015년 5.8% 줄어 신생아 수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혼인 기피 현상은 무엇보다 결혼, 출산 이후 경력 단절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고등교육을 받고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은 늘었지만 이들이 결혼 후에도 일할 여건은 여전히 열악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대 이상 기혼여성 중 44.0%인 696만 명이 경력 단절 경험이 있었다. 40∼44세에서는 64.4%가 경력단절여성이었다.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30∼34세 여성의 3분의 1 가까이가 임신·출산에 따른 경력 단절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비 자녀교육비 부담도 결혼 기피 현상의 이유다. 전체 가구 중 전세 거주자 비율은 2010∼2015년 6.2%포인트 줄어든 반면 월세는 2.7%포인트 늘었다. 이재원 통계청 인구총조사과장은 “전세보다 주거비 부담이 큰 편인 월세가 늘면서 사람들의 주거 여건이 불안정해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을 높이려면 노동·주거·보육 환경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청년들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릴 만한 여건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미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여성의 경력 단절을 줄이고 육아·양육의 책임이 아내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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