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테이션 성추행 등 악습… 대학 신입생들 대자보로 반격
유명 사립유치원 옷-교재비 비싸… 주부들 각종 비용에 한숨만
3월은 새 교복, 새 학기, 새 친구로 아이와 학생, 학부모에게 묘한 설렘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그러나 3월이 두려운 사람도 있다. 처음 유치원에 보내는 아이가 있는 엄마는 생각보다 많이 드는 각종 비용에 한숨이 새어 나온다. 초등학생이 되기 전부터 들어야 하는 과외와 인터넷 강의(인강)에 미취학 아동은 어깨가 축 처진다. 예비 대학생들은 잇달아 일어나는 시대착오적 학내 ‘군기(軍紀) 잡기’와 성추행 문제에 실망감부터 쌓인다.
○ 카드 값 두려운 부모
주부 김모 씨(27)는 이번 달 신용카드 청구서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 만 4세 딸을 원어민 선생이 영어로 가르치는 속칭 ‘영어 유치원’에 보낼 준비로 평소보다 지출이 훨씬 많아졌다. 김 씨는 “수업료 120만 원, 교재비 30만 원, 간식 15만 원, 우유 값 5만 원…. 유치원에 매달 170만 원을 내야 한다”며 “각종 견학과 행사 비용까지 생각하면 머릿속이 컴컴해져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한 사립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박모 씨(31·여)는 예상치 못한 지출에 적금을 깼다. 중고교 교복 뺨치는 가격인 30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원복’을 사야 한다는 것을 입학 직전에야 알았다. 엄마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카페에 “중고 유치원복을 산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박 씨는 “구입은 선택이라지만 유치원 행사가 있거나 단체사진 촬영을 하는 날엔 원복을 입어야 할 것 아니겠냐”며 결국 새 원복을 샀다고 했다.
엄마들은 “그럴 거면 왜 사립 유치원에 보냈냐”라는 핀잔이라도 들으면 두 번 운다. 국공립 유치원을 찾아 헤매다 모두 떨어지고 어쩔 수 없이 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국공립 유치원 수용 인원은 17여만 명. 유치원 입원 대상 어린이(만 3∼5세)는 8배가 넘는 140여만 명이다. 주부 이모 씨(34)는 “한 학기 수업료를 한 번에 현금으로만 내라는 곳도 있다. 수업료 말고도 차량운영비, 간식비, 특별활동비는 따로 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 예비 초등학생은 ‘공부 뺑뺑이’
예비 초등학생 허모 양(7)은 태블릿PC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하루를 보낸다. 한 학습지 회사가 시간을 절약하며 공부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강의다. 허 양은 국·영·수 중심의 ‘예비 초등학생 특별 강의’를 들으며 영어 단어를 외운다. 스타 강사에게 동화를 한 줄로 요약하고 영자신문을 번역하는 법도 배우고 있다.
일곱 살 김모 양은 이번 겨울 초등학교 입학 준비에 올인(다걸기)했다. 아침에 유치원에 다녀오고 나서 오후엔 태권도 바이올린 수학 논술 학원을 요일별로 2, 3곳씩 돈다. 헐레벌떡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나면 방문학습 지도사에게서 영어와 주산을 배운다.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엄마와 함께 책까지 읽어야 해 밤 12시 무렵에야 하루를 마감한다. 김 양은 “가끔 힘들다는 생각도 들지만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다른 김모 양(7)은 유치원에서 학원, 학원에서 집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과외를 했다. 논술, 영어, 수학, 미술 과외에 매월 170만 원을 썼다. 김 양의 엄마 송모 씨(35)는 “뮤지컬, 치어리더 학원도 보내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하루가 24시간인 것이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 군기 잡기-성추행에 우울
대학 신입생들은 입학 전부터 터지는 성추행과 군기 문제를 보며 “이러려고 대학을 들어가나”라며 자조하는 분위기가 감돈다.
건국대에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준비하던 한 선배가 여자 후배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일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성균관대 한 학과에선 OT에 오지 않으면 벌금 2만 원을 내라는 선배의 지시가 ‘군기 잡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잇단 캠퍼스 ‘잡음’에 경찰청은 지난달 12일 ‘신학기 선후배 간 폭행·강요 등 악습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참다못한 새내기들 가운데는 선배들 ‘저격’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달 28일 청주교대에선 일부 학생들이 OT에서 있었던 선배들의 성희롱 발언을 적은 대자보를 붙였다. 이들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캡처하고 통화를 녹음하는 등 철저히 ‘증거’를 챙긴다. 서울 한 대학 관계자는 “신입생들이 각종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제보를 할 정도로 대학 내 악습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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