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하루 24시간이 주어지지만, 개개인이 느끼는 심리적인 시간의 길이는 천차만별이다. 한정된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여유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족으로 느껴지는 시간의 불평등성은 대체로 경제적인 이유에서 비롯된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 결과, 10명 중 7명(71.3%)이 평소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이런 시간 부족 현상은 자신의 계층을 낮게 평가할수록 두드러지는 경향(상 61.1%, 중상 65.1%, 중하 71.5%, 하상 73.0%, 하하 75%)이 뚜렷했다. 게다가 지속되는 불황으로 인해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대다수 서민이 만성적인 시간과 돈 부족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시간과 돈의 부족 문제는 결국 소비 태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한정된 시간과 재화, 그리고 커져가는 욕망 사이에서 취사선택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부족해서 하고 싶은 활동들을 포기해야 하거나, 돈이 없어서 최대한 아껴 써야만 하는 상황이 되풀이되면, 전반적인 소비 심리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반면 다른 분야의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대신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상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소비 태도가 강해질 가능성도 크다. 최근 자신에게 좀 더 가치가 있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분야에 소비를 집중하는 가치소비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준다. 소비자들의 경험이 가장 많은 가치소비 품목은 여행(34.5%·중복 응답)이었다. 여행은 삶의 활력을 되찾게 하고 잃어버린 자아를 발견하게 하는 의미 있는 활동인 데다,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가치소비에 잘 어울리는 대상이다.
과거에 비해 국내여행 경험(2001년 61.5%→2016년 77.2%)과 해외여행 경험(8.8%→33.2%)이 모두 크게 증가한 것은 그만큼 여행에 가치를 두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여행과 함께 요즘 소비자들이 가치를 많이 부여하는 소비 대상은 먹을거리(26.1%), 의류(21.3%), 전자제품(21.1%), 운동(18.2%), 화장품(17.5%), 공연 관람(17%) 등이었다.
이렇게 가치소비 성향이 강화되면서 개인의 취향과 선호에 맞춰 상품과 서비스, 정보를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대로 된 정보를 탐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가 힘든 데다 현재 가진 돈과 정보만으로 정말 원하고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소비자의 63.8%가 큐레이션 서비스가 제공하는 정보 덕분에 선택이 한결 편리해진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큐레이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10명 중 6명(59.6%)에 달했다.
개인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시간과 돈의 부족이라는 한계가 더욱 분명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향후 소비자들은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좇아 선택과 집중을 하려는 가치 지향적인 소비 태도를 보다 분명하게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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