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리더 인터뷰]“나노산단 등 현안 산더미… 정치에 눈돌릴 틈 없어요”

‘나노 메카’ 이끄는 박일호 밀양시장

“업적을 더 쌓고 현재 진행 중인 여러 가지 ‘도전’이 성공한다면 몰라도 아직은 내공이 많이 모자랍니다.”

‘나노(nano) 산업의 메카’로 부상하면서 도약의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경남 밀양시의 박일호 시장(55·사진). 그는 요즘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3일엔 박석제 부시장과 재선충 방제 상황을 헬기로 둘러봤다. 다음 날은 순교자 기념성당 기공식에 참석했다. 30여 건의 개발사업 현장을 챙기는 것도 중요 일과다. 일부에선 (내년) 경남도지사 출마를 권하지만 손사래를 친다. 곁눈질할 여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 시장은 기초단체장 3, 4명과 함께 차기 경남도지사 후보군에 들어 있다.

그는 “중앙에서 배우고 익힌 모든 것을 쏟아 고향을 반석에 올려놓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국내 첫 나노국가산업단지 조성 등 쌓인 현안이 산더미라는 설명. 나노는 10억분의 1 수준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극미세 가공 기술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박 시장은 “나노산업은 밀양과 경남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견인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9일엔 792억 원으로 건립할 나노금형상용화지원센터 기공식이 열린다. 한국나노마이스터고교는 올해 착공해 내년에 개교할 예정. 한국폴리텍대 밀양캠퍼스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주거 지역인 삼문동과 나노밸리가 들어설 부북면을 잇는 ‘나노대교’도 곧 공사에 들어간다. 3200억 원을 투입할 나노국가산단은 부북면 일원 165만 m²에 만든다.

‘인구 30만 명의 자족도시’는 박 시장의 꿈이다. 과거 25만 명에 달했던 밀양 인구는 현재 11만 명으로 줄어든 상태. 그러나 고속철도(KTX)와 신대구부산고속도로가 지나가고 귀농귀촌 장려, 출산과 의료지원에 힘입어 2014년부터 조금씩 인구가 늘고 있다. 한창 건설 중인 함양∼울산 고속도로는 밀양을 관통한다. 김해공항과 밀양을 잇는 고속도로도 뚫린다. 말 그대로 사통팔달이요, ‘영남의 중심’이다.

박 시장은 “교통 요충지란 장점을 살려 인구 유입책을 시행하고 영남루와 얼음골, 표충사 등 풍부한 관광자원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밀양관광단지조성사업단(대표 김주명)은 단장면 미촌리 시유지 94만여 m²에 4000억 원가량을 들여 복합관광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밀양강오딧세이’를 앞세운 밀양아리랑대축제(5월 18∼21일)는 대박을 터뜨릴 조짐이 보인다. 국립기상과학관도 짓는다.

마산고, 중앙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환경부와 청와대에서 일한 박 시장은 영국에서도 공부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차분하고 은근한 추진력은 그의 강점으로 꼽힌다. 그는 밀양시 브랜드인 ‘하늘이 내린 축복의 땅 미르피아’를 최근 바꿨다. 15일 선포식을 여는 새 브랜드는 ‘해맑은 상상 밀양’. 지역의 깨끗한 이미지, 따뜻함과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담고 있다. 밀양은 10년 전 이창동 감독, 전도연 송강호 주연의 영화 ‘밀양’으로 주목받았다.

박 시장은 2015년 봄 ‘신동아’ 대담을 위해 만났을 때와 지난해 기자간담회 때, 이번 인터뷰까지 모두 차분한 어조였다. 겸손도 몸에 뱄다. 작은 눈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도 ‘근심’은 있다. 고압 송전선 건설의 후유증과 밀양신공항 무산에 따른 부작용 때문. 송전선과 관련해 그는 “주민 목소리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해 미안함이 크다”며 “공동체 회복과 지역 현안 사업을 정성껏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국회의원, 시의원, 공무원, 주민과 함께 신성장 동력을 만드는 데 다걸기를 하고 있다”며 “‘다음’은 그 다음에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