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관련 이야기를 속 시원히 풀어드립니다. ‘교육 속풀이’ 세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여고생 A양은 그날따라 생리통이 심했습니다. 생리 조퇴를 할까 생각했지만 선생님에게 “생리 조퇴를 할 거면 생리대를 갈아서 보건 선생님에게 검사를 맡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냥 교실 책상에 엎드려 통증을 참기로 했습니다.
한 여학생이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에 접수한 실제 사례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학생 성차별 민원 사례 등을 검토한 후 여학생 인권 가이드 자료인 ‘여학생 인권 보장의 학교 문화 조성을 위한 안내문’을 발표했습니다. 성 인권 인식이 부족한 일부 교사나 학교의 불합리한 교칙 등이 여학생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판단하고 보호 장치를 마련하기로 한 것인데요. 학교가 학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학생의 합리적인 요구를 학교 운영에 반영하도록 촉구한다는 취지입니다.
● 여학생이라면 누구나 생리공결제도 쓸 수 있어요
이번에 시교육청이 발표한 내용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학교와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생리공결제도’를 적극적으로 안내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이 제도는 생리통으로 인해 몸이 좋지 않은 여학생은 월 1회 조퇴나 결석을 할 수 있고, 이를 공결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 생리공결제도는 2006년부터 전국 학교에 도입됐습니다. 교육부 지침,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에서 보장하고 있는 여학생의 권리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제도를 활용하는 학생은 많지 않습니다. 2016년 한국YMCA가 중·고생 10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90명(65.2%)의 학생이 이 제도를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2016년에 서울 초중고에서 생리통으로 인해 결석한 여학생은 1044개교 37만6967명 중 3만802명(8.17%)입니다. 이중 생리결석·조퇴를 하고 출석 인정을 받은 학생은 2만6691명(7.08%)뿐입니다. 시교육청 조사 결과 많은 학생들이 “폐쇄적인 학교 분위기 때문에 (생리공결제도를) 사용하기 어렵다”고 답변했습니다.
● 여학생도 바지 교복 입고 싶어요
교복 때문에 전학을 생각한 한 여중생이 있습니다. 그는 교복 치마 대신 바지를 입고 싶었지만, 학교 측은 여학생에게 바지 교복 선택권을 주지 않았습니다. 교복 때문에 선생님과 갈등을 빚던 이 학생은 대안학교로 옮길까 고민도 했습니다.(학생인권교육센터 민원 사례)
이미 교육부는 2000년부터 여학생이 교복 치마나 바지를 선택해 착용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는데요. 이 여중생과 같은 고민을 하는 여학생은 여전히 적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2015년 서울시교육청 학생생활규정 점검 결과 학생이 교복을 입을 때 치마나 바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학교는 중학교가 281곳(73%), 고등학교가 189곳(59%)이었습니다. 여중생은 10명 중 3명꼴, 여고생은 10명 중 4명꼴로 교복을 입을 때 치마만 입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부 학교는 학교 평판을 이유로 교칙에 여학생은 아무리 추워도 치마를 입어야 한다고 명시했다고 합니다.--;
● 여학생이라서 ‘숏커트’ 안 된다고요?
한 여고생은 겨울만 되면 마음이 괴롭습니다. 한 겨울에도 학교 생활규정에 따라 무조건 흰 양말에 검정 구두를 신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차가워진 구두를 신고 미끄러운 길을 걸을 때면 넘어지진 않을까 불안합니다.(학생인권교육센터 민원 사례)
학교의 성차별적인 용의복장 제한 규정과 관련한 민원 사례는 더 있습니다. 한 학생은 교사에게 “올림머리가 불량해 보인다. 풀어라”라는 말을 들었고, 또 다른 학생은 “여학생 쇼트커트는 교칙에 위배돼 벌점 받는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합니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이게 실제로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니 놀랍습니다.
시교육청은 이번 안내문에서 이런 학교 규정을 개선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여학생다움’을 강조하는 것이 여성의 성역할 고정관념 강화로 이어지고, 불합리한 성차별 관행이 계속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 성차별 발언, 조심 하세요!
교사가 학생에게 한 말입니다. “여자는 좋은 남편 만나서 집안일이나 하고 아이 돌보고 사는 게 제일 좋아.” “성인 알바 하러 다니냐?” “(화장한 여학생에게) 남학생에게 잘 보이려고 그러냐. 부모등골 빼먹는다.” “(여학생에게) 젊었으면 사귀었을 텐데.” “좋은 대학을 가야 시집을 잘 간다.” “여자애가 조신하지 못하게 크게 웃는다.”
기시감이 듭니다. 학생인권교육센터에 접수된 이 민원 사례들은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지역의 한 여중·고 학생이 트위터를 통해 폭로한 교사의 학생 성희롱, 성추행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막말’이 공공연하게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데요.
단지 ‘야한 말’만 성희롱, 성추행이 아닙니다. 시교육청은 이번 안내문을 통해 “여자가~” “남자가~” 하는 식의 표현도 성희롱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학생은 체벌, 따돌림, 집단 괴롭힘, 성폭력 등 모든 물리적 및 언어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지기 때문입니다.(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6조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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