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를 지원하는 장기요양보험 재정이 2020년이면 고갈되고, 건강보험 재정은 2023년에 바닥을 드러낸다고 한다. 기획재정부는 어제 ‘사회보험 중기재정추계’에서 장기요양 건강 고용 산재보험 등 4대 보험 가운데 산재보험을 제외한 3가지 보험의 재정난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노인, 중증 환자, 실업자 등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재정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보험의 지출 증가 속도가 월등하게 빨라서다. 국민 사학 공무원 군인연금 등 4대 연금의 재정 부담도 커지면서 사회보장제도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경제 성장세의 둔화로 사회보험이 재정 압박을 겪는 것은 다른 선진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래서 복지로 이름난 북유럽 국가에서도 더 내고 덜 받는 식으로 복지 개혁을 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복지 지출을 가파르게 증가시키면서도 재정 부담을 줄이는 힘든 작업은 외면했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성장 경로뿐 아니라 복지 측면에서도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대선 주자들이 쏟아내는 복지공약은 사회보험의 고갈 시기를 더 앞당길 우려가 크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치매 국가책임제,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기초노령연금 급여율 인상,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국민연금 최저연금액 설정방안 등은 모두 달콤한 공약이다. 하지만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없다.
정부는 일부 사회보험의 보험료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지만 이런 식의 땜질 처방으로는 재정 고갈을 고작 몇 년쯤 늦출 뿐이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이후 손을 놓고 있는 다른 특수연금 개혁안과 모든 사회보험을 아우르는 복지 구조조정의 큰 그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선 주자들은 고통이 따르는 복지 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혀 여론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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